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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에 지속적으로 원전 공개하고 운영상황 알려”

이동구기자
등록일 2015-10-01 02:01 게재일 2015-10-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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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프랑스 原電에서는
▲ 프랑스 국영전력공사(EDF) 생 알방 원전

원자력발전소(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국가중요기간산업인 전기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원전의 필요성과 원전 시설에 대한 국민 안전성 문제가 서로 충돌하게 된다.

원전과 관련해 좀더 심층 취재·보도하고자 하는 기자 입장에서 더욱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된다.

영덕에 원전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언론사 해외원전 시찰단 일행으로 지난달 8일부터 13일까지 6일간 프랑스 트리카스탱 원전과 생 알방 원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단지를 탐방했다.

해외원전의 신에너지 정책 수급원을 살펴보고는 특히 유럽 유수의 국가들이 신에너지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해외시찰은 원전 강국인 프랑스가 주민들과 큰 마찰 없이 어떻게 원전을 운영하고 현지 주민들의 인식과 그들의 일상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준비됐다.

프랑스, 세계 2위 원전 강대국

트리카스탱·생 알방 원전

론강 이용해 원전냉각수로 사용

주민 60% 이상 원전 신뢰

찬반토론 결과 인정하고 따라

“한국인들 원전 불안감은”

“신뢰할만한 정보공개 부족 탓”

프랑스는 58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99기)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전 강대국이다. 대부분의 원전이 내륙 곳곳의 강변에 위치하고 있고 이번에 방문한 트리카스탱 원전과 생 알방 원전은 모두 프랑스 남쪽지방으로 흐르는 론강을 이용해 원전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프랑스에서 론강은 규모가 매우 큰 강 중 하나로 알프스에서 발원해 남부지방의 리옹을 거쳐 발랑스와 아비뇽을 통해 지중해로 흘러든다.

이 론강을 이용하는 원전은 모두 4곳에(트리카스탱 원전 4기, 생 알방 원전 2기, 크루아스 원전 4기, 페닉스 원전 2기) 총 12기가 자리잡고 있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이 지역은 프로방스 지방으로 지중해와 연접해 오래전부터 음식과 문화, 예술이 발달했고 중세 건물들이 잘 보존된 탓에 세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시찰에 나선 트리카스탱 원전은 돔형의 955㎿급 4기가 운영되며 1980~1981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트리카스탱 원전 주변은 론강을 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많은 포도밭과 자기상표를 붙인 와인생산단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비뇽과 가까워 삐에흐라뜨, 볼렌느, 생뽈뜨와 샤또 등의 큰 시가지가 원전단지 좌우와 앞쪽에 형성돼 많은 주민들이 생활의 터전을 이루고 있다.

▲ 트리카스탱 원전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시찰단.
▲ 트리카스탱 원전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시찰단.

트리카스탱 원전 관계자는 “최소 5만여명이 원전 및 원전관련시설에서 직·간접적으로 고용돼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근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한다”면서 “한국처럼 특별한 지역 지원책은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우리나라 원전건설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반핵·환경단체의 활동과 주민불안감에 대해서는 “프랑스 역시 환경단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각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에 대해서도 “약간의 우려는 있었지만, 이곳 원전을 신뢰하기 때문에 여전히 60% 이상 안전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 주민들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질문에서는 “원전을 감시하는 모든 정보공개가 신뢰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원전에 대해서 “국민 대다수가 싼 값의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필요한 시설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 인근에 있는 포도밭에서 만난 농장주는 원전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과 판매의 상관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주변에 있는 원전으로 인해 와인판매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음 방문지인 생 알방 원전은 큰 도시인 리옹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100만이 넘는 인구와 중세때부터 지리적, 정치적 위치 때문에 프랑스 제2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또 생 알방 원전과 가까운 곳에 셍알방 듀 혼느와 후쓸리옹이란 큰 도시가 인접해 있다.

198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곳은 PWR(가압 경수로)방식으로 돔형의 1천381㎿급이다.

트리카스탱 원전과 마찬가지로 주변이 탁트인 론강가에 있어 원전단지 전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후쓸리옹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곳 원전 관계자는 “원전의 필요성에 대해 주민들이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의 원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정확하고 믿을수 있는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계속된 질문에 “이곳 역시 초기엔 찬·반 토론을 치열하게 했다. 그러나 일단 결정이 되면 모두가 인정하고 따른다”며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지속적으로 원전을 공개하고 주민들에게 현재 운영상황을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20년 가량 일해온 자신을 자랑스러워 했다.

이곳 원전단지는 리옹 큰 시가지를 끼고 흐르는 론강으로 원전배출수를 이용하고 있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원전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리 국민 인식과 견줘 볼 때 현실적인 프랑스 주민들의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가 크게 대조되고 있는 부분이다.

▲ 시찰단 일행이 생 알방 원전관계자와 대화하는 모습.
▲ 시찰단 일행이 생 알방 원전관계자와 대화하는 모습.

두 곳의 원전 모두 론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주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는 게 아니라 순리를 받아들이며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안타깝게도 프랑스 원전을 운영하는 EDF측이 한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함께 동행했던 한수원 관계자는 “한국 관계자들의 원전방문을 공식적으로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선진국인 자신들이 아랍에미레이츠(UAE) 원전수출을 한국에 뺐겼기 때문에 한국이 자신들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당초 방문키로 약속된 프랑스 원전의 핵심시설 견학은 방문 당일 EDF측의 거부로 일반시설 견학에 그쳤다.

한수원 관계자는 “실제 한국원전의 내부상황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싫은 것도 거부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내현실과 다르게 대한민국 원전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덕지역과 비슷한 프랑스 내륙의 원전환경을 둘러보고는 원전에 대한 비판적 시각보다는 장점이나 안전성이 더 부각되고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프랑스 국민들의 의식과 정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국가가 하는 일에 대해 국민들은 반드시 따라야 하고 대신 정부정책을 입안하는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추고 철저하게 국가적 차원에서의 득을 고려함으로써 국민의 신뢰에 보답하는 것이 이들의 원칙으로 느껴진다.

모든 국가정책이 그렇겠지만 특히 에너지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국민에 대한 신뢰와 협조가 바탕이 되어야 된다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덕읍 노물리, 석리, 매정리 일대 약 324만㎡ 부지에 2029년까지 150만kw급 신형원전 2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가 2012년 9월 신규원전건설예정지로 영덕을 지정·고시한 후 3년이 지났지만, 건설에 대한 찬반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덕군의 원전건설 역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협조의 바탕이 선행되었을 때,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프랑스 생 알방에서 /이동구기자 dg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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