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 부드러운 출산문화 `젠틀버스(Gentle Birth)`
젠틀버스는 지난 1999년 필자가 대학교수 시절 당시 설립에 참여했던 대한태교연구회(大韓胎敎硏究會)라는 모임을 통해 국내 첫 도입했습니다. 젠틀버스의 기본 개념은 출산 과정에서 엄마와 아기에게 해(害)가 될 수 있는 불필요한 폭력들을 제거하고 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출산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과거의 출산 과정을 들여다보면 진통실은 소란스러운 가운데 심리적으로 불안한 엄마는 침대에 고정된 채 누워 있어 움직임이 불편했습니다. 가족과 격리돼 불안감이 더욱 고조된 가운데 똑바로 누워 출산하게 되는 비과학적인 자세, 자궁수축 및 진통의 정도와 상관없는 촉진제 사용 등은 산모에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산실 조명은 과도하게 밝았으며 출산 직후에 아이는 산모에게 안겨보지도 못하고 신생아실로 데려가 버렸습니다.
이와는 달리 젠틀버스는 아이가 엄마의 자궁 속에 있던 환경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출산 과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궁 속은 36.5℃의 따듯한 양수로 둘러싸여 있으며 빛과 소음이 차단된 어둡고 조용한 공간입니다. 아기는 10개월 동안 이 공간에 적응돼 있습니다. 따라서 출산실에서도 이러한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이에게 보다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젠틀버스 문화에 따라 출산실은 빛이 차단된 약간 어두운 공간으로 만듭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바로 눈을 뜨고 엄마, 아빠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출산·진통실은 소음이 차단되도록 하고 필요 시 아기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줍니다.
출산실 온도는 가능하면 높게 유지해 아기가 저체온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인큐베이터에서 체온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엄마 배 위에 올려 피부 접촉을 통해 교감하도록 하고 탯줄을 통한 혈액공급이 충분한 경우에는 탯줄을 급하게 자르지 않습니다.
더불어 진통실은 공간을 넓게 해 엄마가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많이 움직일수록 진통 시간은 짧아지고 불필요한 제왕절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지만 침대에 바로 누워서 진통하는 것은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폭력적인 자세가 될 수 있습니다.
촉진제는 모든 산모에게 바로 적용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만 산모와 상의해서 적절하게 사용합니다. 출산·진통실에는 엄마와 아기가 이완할 수 있도록 편안한 음악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출산·진통실에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고, 출산 직후에는 엄마와 아기가 교감을 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의료인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처럼 젠틀버스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산모와 의료진 그리고 의료환경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산모도 출산 진통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며 의료진 역시 산모와 아기의 안전을 위해 출산 교육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