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처음부터 성 베드로와 바오로 두 분이 신앙의 반석과 초석으로 우리에 다가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님의 충실한 제자이며 으뜸 제자인 베드로였지만 세상의 눈으로는 부족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 중의 한명이었으며, 때로는 주님의 길을 가로막는 어리석음을 드러내기도 한 사도였습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의 반대편에 서서 박해하던 사울이었지만 그분의 부르심을 받고 응답한 다음 오직 그분의 복음을 선포하는 이방인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부족하고 나약하여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던 사도들이 어떻게 오직 주님을 향한 길을 걸으며 그분을 위하여 온전히 자신을 내어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까?
그것은 사도들이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분 안에 머물며 그분과 함께 살고자 하는 단순함으로 자신을 채우고, 솔직하기까지 한 우직함으로 세상 만민에게 참된 복음의 선포자로 자신을 가꾸어 갔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 안에서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사도 바오로는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라고 고백하십니다.
우리 신앙의 삶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응답한 이 세상 안에서 시작되어지고 언젠가 그분 앞에서 살아 온 삶의 모습으로 판단 받으므로 완성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에서부터 주님을 굳게 믿고 그분의 말씀에 충실히 머물며 그분께 의탁하여 세상 삶을 잘 가꾸고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여야 합니다. 그 노력은 우리를 사도들의 단순하고 솔직하고 우직하기까지 한 삶을 기억하여 오직 주님으로 자신을 채우고, 그분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 놓기까지 하신 사도들의 신앙의 길을 충실하게 따라 걷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으로 자신을 채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익히며 실천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신앙의 삶은 한순간 노력으로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주어진 순간의 삶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주님 가까이에 서게 되었을 때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바오로 사도처럼 고백할 수 있게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