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 아래의 남산`전 등 3개전시회 개최
뉴욕 개인전 인기작 `우공투양도` 등
기증 830작품 중 48점 첫 선
작고 경주작가 7인 작품도 전시
미술관은 2008년 박대성 화백의 작품 기증 의사에 따라 미술관 설립구상이 시작됐고 2012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건물 착공에 들어가 2014년 11월 완공됐다. 이후 여러 논의를 거쳐 통일신라시대의 화가인 솔거의 이름을 딴 `경주솔거미술관`이 탄생했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지원해 신축됐고 설계는 승효상 건축가가 맡았다. 천년고도 경주에 세워진 첫 공립미술관으로써 앞으로 지역 미술문화 발전과 관광자원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대성 화백이 미술관에 기증한 830점은 회화에서부터 도자기, 서예, 벼루 먹 등 화백의 70년 인생사를 응축시킨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48점이 이번 전시에 소개돼 관람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그 중 `불국설경`은 소산의 대표 작품으로 눈 내리는 불국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먹으로 담아낸 대작으로 높이 3m, 길이 13m가 넘는다. 묵(默)이라는 간략한 재료를 써서 대담하고 노련한 필치로 한 번의 붓터치로 그려내는 그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을 압도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중 `청산백운`은 내리닫이 형식으로 거대한 산봉우리를 응집시켜 화면에 옮긴 작품이다. 겹겹의 산봉은 검은 농묵으로 처리하고 중첩된 산세 표현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하얀 띠로 둘렀다. 거대한 산을 표현했지만 배경으로 푸른 산을 살짝 두었고 또 산 아래는 탑과 같은 건축물을 배치했다. `청산백운`은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의 조화를 의미한다. 바로 산과 수, 즉 산수화의 원리와도 상통한다.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큰 호응을 얻은 `우공투양도`는 가로 4m가 넘는 대작으로 황소 두 마리가 대거리를 하는 그림이다. 이 외에도 보름달 아래 정자와 연꽃이 어우러진 `만월`, 캘리그래피가 금강역사의 두상을 감싼 `금강역사`, 도자기를 만들 때 쓰는 흙과 아교를 이용해 도자기를 그리고 글씨를 더한 `고미(古美)` 연작 등이 전시된다.
`소산 박대성 - 붓끝아래의 남산`과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은 11월 29일까지 계속되며 박대성 기증작품전`불국설경`은 상설전시로 그 이후에도 관람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묵화가 소산 박대성 화백은 1945년 경북 청도군 운문면 공암리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당시 한의사였던 그의 부친은 공비의 습격을 받아 돌아가셨고, 그 곁에 있었던 네 살짜리 박대성 화백도 왼팔을 잃었다. 이후 여섯 살부터 육체적 불편을 순명으로 받아들이면서 꾸준히 붓글씨를 쓰며 필력을 키우고 그림 그리기에 매진했다.
박 화백은 1968년 23세에 제17회 국전에서 `가을`이란 산수화로 입선하면서 화단에 화제가 됐다. 이후 8년 연속 입선하면서 전국적으로 지명도를 얻게 됐다. 1979년 중앙미술대전(중앙일보사 주최)에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수묵작업을 기본으로 해 전통의 창조적 계승에 매진, 국내외 미술계에 주목받는 화가로 발돋움했다. 1999년부터 경주 남산에 정착해 `신라인(新羅人)`이라고 작품에 서면하면서 남산에서 먹으로 생애의 절정기를 맞고 있다. 최근 그는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박물관, 이스탄불 마르마라대 미술관, 베이징 중국미술관 등에서 초대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이에 앞서 그는 호암갤러리에서 대작 100여 점으로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80년대의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