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 마스터스 출전 앞두고 인터뷰<bR>커리어그랜드슬램 논란 등 입장 밝혀
`커리어 그랜드 슬램` 대기록을 달성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맞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박인비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을 하루 앞둔 6일, 대회장인 제주시 오라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에서 미디어 인터뷰를 열고 “이논란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시간으로 3일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끝난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5개 메이저대회 중 4개 대회의 정상에 오르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4일 한국에 금의환향했다.
일부 외신에서 2013년 메이저로 승격된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해야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박인비는 미국 선수가 저 같은 상황에 있었더라면 그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박인비는 차후 목표를 `세계 명예의 전당`과 `LPGA 명예의 전당`에 모두 이름을올리는 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인비와의 일문일답.
- 제주 삼다수 대회 앞두고 컨디션은.
△ 샷감, 퍼트감이 나쁘지 않아서 오른 연습라운드는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코스를 보니까 누가 퍼트를 더 많이 하느냐가 관건이다.
-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퍼트가 돋보였다.
△ 올해 4월 텍사스 슛아웃 대회에서 투볼 퍼터로 바꿨다. 그때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대회에서 바로 우승했다. 그 이후로 퍼트가 잘 안 됐지만, 그래도퍼트가 좋아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남편(남기협씨)은 `이 퍼터로 역사를 쓸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이 퍼터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할지 상상도 못했다.
최근 2년간 퍼트 중 가장 잘된 신들린 퍼트였다. 마지막 날에는 신기하게도 그린에 서면 퍼트가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5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해야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논란이 있는데.
△ 이에 대해 제 생각을 말하는 기회가 있으면 했다. 제가 프로를 시작할 때는 메이저 대회가 4개였고, 2013년 에비앙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되면서 도중에 5개가 됐다. 나도 5개 다 우승해야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인지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4개 우승한 모든 레전드급 선수들은 다시 에비앙에서 우승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4개 대회 우승이었다면 지금도 4개를 적용해야 한다.
나는 에비앙에서 2012년 우승한 경험이 있다. 장소도 같고 상금도 차이 없다. 저는 에비앙 대회에 가면 챔피언 대우를 받고, 트로피도 있다. 현존 메이저 대회의 트로피가 다 제 집에 있다. 제 마음 속으로는 제 메이저 트로피 중에 에비앙 트로피도있다고 생각한다. 오는 9월 에비앙 대회에서 다시 우승한다면 논란을 잠재울 수는 있다. 폴라 크리머, 스테이시 루이스, 미셸 위가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미국은 오히려 에비앙을 이전에 우승했으니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이야기했을 거로 생각한다.
모든 논란을 잠재우려면 제가 에비앙에서 우승하면 좋겠지만, 그게 제 최대 목표는 아니다. 지금까지 명예의 전당을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가장 큰 목표는 세계 명예의 전당과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골프를 치면서 내이름이 골프 치는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게 목표다.
-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후배는 누가 있을까.
△ 김효주, 백규정, 고진영, 유소연 등 열 손가락이 모자를 정도로 너무나 많다. 한국 여자골프가 워낙 잘하고 있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모두 가능성이 있지만, 그 틀을 누가 깨고 나오느냐의 차이다. 강한 정신력과 골프를 즐겁게 생각하고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골프를 즐겁게 생각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골프를 즐겁게 하는 비결은.
△ 요즘 젊은 선수들이 즐겁게, 행복하게 골프 하겠다는 인터뷰를 자주 봤다.
그들은 내가 스무 살에 느끼지 못했던 세계를 이미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정말 그렇다면 앞길이 창창하겠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하는 행복과 즐거움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무 살에는어려운 것이다. 스무 살이든 마흔이든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일 것이다.
- `박세리 키즈`에 이어 나올 `박인비 키즈`에게 한 마디.
△ 결과에 연연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름이나 겨울에 효율적으로 훈련했으면 좋겠다. 온종일 골프장에 있는 것보다는, 자기가 뭘 해야할지 알고 한시간 효율적으로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땡볕에서 3시간 연습보다 우산 쓰고 1시간 연습이 더 좋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목표 설정을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골프가 싫어지지 않고, 원수가 되지 않도록 즐겁게, 행복하게 했으면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