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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가 가능할까?

등록일 2015-06-30 02:01 게재일 2015-06-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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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 교수
▲ 배개화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 교수

미국 시간으로 지난 26일 오전 10시,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합법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미 연방 대법원은 찬성 5대 반대 4로 동성결혼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이는 세계에서 21번째이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50개 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며, 미국의 300만 동성 커플이 결혼 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합법화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 결정권`에 대한 옹호로서 합리화 되었다. 즉 헌법 자체의 원리로서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합법이라는 것이다.

동성 결혼 합법화는 중요한 `인권의 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단지 `인권`(human rights)이라는 것만이 중요한 고려사항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요한 단서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 대법관 중 한 명인 케네디의 발언에서 포착할 수 있다. 그는 “결혼은 우리 사회 질서의 기초이다”라고 말하였다.

만약 `사회 질서`라는 것이 동성애에 반대한 법관들의 주장처럼 수 만년 동안 관습화된 `결혼 제도`를 포함하는 것이라면, 동성결혼 합법화는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결정이 될 것이며, 종교적이거나 문화적인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동성결혼을 찬성한 대법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사회적 변화를 말했던 것처럼, 케네디 대법관이 말하는 사회 질서는 시간을 초월한 질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사회질서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성결혼은 바로 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허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부일처제에 토대를 둔 가족제도는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가장 작은 생산단위라고 할 수 있다. 남성은 임노동자로서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가족을 부양한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이 벌어온 돈으로 소비지출을 주로 한다. 이런 식으로 생산과 소비가 가정을 단위로 이루어지면서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 재생산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혼인율이 현재 최저치라는 점이다. 2011년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성인 중 혼인율은 51%로, 이는 1960년의 72%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라고 한다. 이처럼 낮은 혼인율은 자본주의 경제의 기초단위인 가족의 재생산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이런 점에서 동성 결혼은 혼인율을 높이고, 가족의 재생산을 활성화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성간의 혼인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비해, 동성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현재 300만의 동성 커플들이 결혼 등록을 위해 대기 중이다. 이들을 합법적인 결혼제도 안으로 끌어들인다면, 가족의 재생산과 사회적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동성 커플들의 아이들이 좀 더 안정적인 상태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늘게 되며, 동성 커플들의 보살핌을 받는 입양아들도 늘어나게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된다. 이것은 미래 세대의 재생산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동성 결혼의 합법화는 자본주의적 가정의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가정에서 이뤄지는 `생산과 소비`가 반드시 이성 부부 관계에서만 일어나고, 동성 부부 관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경제[논리]는 모든 것을 이긴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하게 만든다.

작년 한국의 혼인율은 1970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로 역대 최저치라고 한다. 인구 1천명당 6명이 혼인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는 2011년 미국의 혼인율, 즉 인구 1천명당 6.8명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정서상 동성 결혼이 합법화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지나치게 낮은 결혼율과 출산율은 사회가 동성결혼의 합법화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동성애를 허용한 21개국이 대부분 혼인율과 출산율이 낮았던 유럽이나 미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동성 결혼 합법화는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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