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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

등록일 2015-06-09 02:01 게재일 2015-06-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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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 교수

작년에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은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문과와 이과를 선택하여야 하는데, 앞으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통합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정한 이유나 그 취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최근 한국 대학에서 대세가 되고 있는“융합”이라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문과, 이과의 엄격한 구분을 고등학교 때부터 꼭 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최근 만난 하버드 대학생들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내가 알고 지내는 학생 한 명이 하버드 메디컬 스쿨을 졸업하였다. 최근 그녀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의사들에게도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고, 사람을 정확하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들과의 소통과 이해가 필요한데, 이과 출신의 의사들은 이런 자질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었다. 이런 대화 중에 나는 그녀가 학부 때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원은 컴퓨터 공학 쪽으로 진학했고, 이후 다시 의학 전문대학원으로 전공을 바꿨다고 한다.

이처럼 문과, 이과의 구분이 느슨하고 전공 변경이 쉬운 것은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요즘 만나고 있는 하버드 학부 3학년생의 경우, 지금까지 전공을 3번이나 바꿨다고 한다. 그녀는 1학년 때는 수학을, 2학년 때는 생물학을, 그리고 3학년 때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처럼 잦은 전공 변경에 대해서 그녀는 아직까지 미래에 무엇을 할지 정하고 싶지 않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두루두루 경험한 다음에 자신이 미래에 하고 싶은 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또한 많은 하버드 학부생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대학졸업 직전까지 최대한 많은 학문 분야를 경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대학에서 문·이과의 구분은 엄격하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학제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그리고 공학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인문학과 사회학끼리, 그리고 자연과학과 공학끼리의 복수전공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공대학생이 인문학을 복수전공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엄격한 문·이과 구분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대학 입학과 함께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공대생들 중에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복수전공을 하려고 해도, 문과 복수 전공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과 자체를 바꾸거나 대학원 진학을 문과 쪽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인문, 사회계열 학생이 자연과학이나 공학계열을 복수전공하거나 대학원을 이쪽으로 진학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내 하버드 지인들처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도 대학 졸업 후, 공대나 의대 대학원으로 진학을 하고 싶은 경우가 있을 테지만, 현재와 같은 대학 체제하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고등학교 때부터 실시되는 엄격한 문, 이과 분리교육 때문이다.

이과는 주로 높은 수준의 수학 및 생물, 물리, 화학 등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는데, 문과 학생들의 경우 무엇보다 `수학`이라는 장벽에 가로 막혀 학제 간 구분의 벽을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문·이과 사이의 전공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소위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 되지 않아야 하며, 과학에 대한 통합적인 지식도 갖고 있어, 좀 더 심화된 학습을 하는데`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교육 체제하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직업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문·이과를 엄격히 구분하고 차별화된 수학, 과학 교육을 실시하고, 이로 인해서 학생들이 학제 간 구분 없는 다양한 전공 탐색이나 대학원 진학을 할 수 없는 것은 사회 전체로 봐서도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최근 공대 교수들이 주도하는`융합`담론들을 실제로 대학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도 문·이과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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