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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기

등록일 2015-06-04 02:01 게재일 2015-06-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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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목이 아픈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게 바로 오늘이다. 요즘 들어 한 달 가까이 통증 때문에 이리 돌아눕고 저리 돌아 누우며 하룻밤에도 두번, 세번을 깨면서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아침에 무서운 통증 속에서 눈을 뜨자 더 이상 놔두었다가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솟았다. 달려 가긴 가봐야겠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

겨우 떠올린 것이 한 5년 전 허리 디스크로 옴쭉달싹 못할 때 택시에 실려 갔던 강남의 모 유명 병원이다.

그때보다는 그래도 지금은 걸을 수라도 있으니 더 늦기 전에 가봐야겠다고 전철을 두번, 세번 갈아타고 갔다. 가다가 보니 전철도 급행이 있고 완행이 있어, 급행을 잘못 타서 지나치기도 하고, 방향을 잘못 잡아 돌아오기도 하고, 지하철 환승역 통로는 또 어찌나 길고 긴지 아침 여덟 시 반에 출발한 게 병원 앞에 당도하니 열한 시가 코 앞이다.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접수하고 진료실 앞에 접수증 끼워놓고 또 기다리고 한 끝에 겨우 의사 선생님 앞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증상을 이것저것 말씀을 드리니 우선 X-레이, MRI를 찍어서 보자신다. 진찰 마치고 간호사가 적어주는 용지 들고 수납 창구로 향하며 은근히 병원비 걱정을 한다. MRI며 CT 촬영이며 하는 소리만 들어도 비용 올라가는 소리 같아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 되는 게 병원 출입인 것이다.

또 번호표 빼고 기다리다 수납대에 용지를 내고 비용이 얼마나 나오겠느냐고 단도직입 묻는다.

글쎄요. 창구 원무과 직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더니 68만 얼마라고 말해준다.

많네요. 나는 놀라는 시늉도 못하고 어떻게 할까 잠깐 생각하는데, 지난 겨울에 학교 근방 종합병원에 같은 증세로 들어갔다 무슨 원통형 기계 속을 들락거린 일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잠깐만요. 알아볼게 있어서요. 수납 창구를 물러나와 114로 병원 번호를 찾아 대표 안내로 전화를 걸어 영상 촬영 자료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담당 부서로 전화를 돌려 그게 혹시 MRI 자료가 아니냐고 물으니 실망스럽게도 아니란다.

그때 30여만원 나왔던 것 같은데, 지금 시급히 필요한 MRI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그때 찍은 자료는 무엇이냐 묻는데 돌아오는 용어가 처음 듣는 것이어서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하다.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그쪽이 조금은 더 저렴하려니, 하는 생각에 발길을 돌려 병원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갈아타고 또 지나쳐서 돌아오고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하고 내리고 역 에스컬레이터 타고 바깥으로 나오니 식은땀이 날 정도다.

학교로 들어가며 생각한다. 병원비가 그 사이에 그렇게나 올랐나? 허리 디스크 때만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도 이렇게 병원비가 무서운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

세상살이가 갈수록 험해지는 것 같다. 녹록지 않고 팍팍하기만 한 것 같다.

택시 운전 하며 시 쓰는 친구가 말 끝마다 자기는 아프면 그냥 죽는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쉬는 날마다 산에 가는 거라고, 같이 가서 몸을 유지하자던 게 생각난다.

그런 것 같다. 큰 맘 먹고, 차라리 파스 붙이고 걷는 것으로, 산에 다니는 것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도리 없는 것 같다.

그러려니, 다시 돌아올 밤이 무섭기 짝이 없다. 어떻게 이 통증을 견뎌낼 수 있나.

맞아. 스트레칭이 최고랬지. 일단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고 씻고 몸을 늘일 대로 늘이고 파스도 붙이고 베개는 베지 않고 자는 것이다.

오늘 밤만은 무사할 수 있기를.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기를. 이렇게 속으로 기원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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