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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상대팀 `승부냐 피하느냐` 고민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5-06-02 02:01 게재일 2015-06-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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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의4구 논란`에 팬들 비난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사진)이 전대미문의 한국프로야구 개인 통산 400홈런 달성에 홈런 1개만 남겨두면서 `이승엽 타석`에 모든 야구팬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승엽은 물론 그를 상대하는 팀과 배터리도 큰 부담을 느낀다.

첫 부담을 짊어진 LG 트윈스는 `고의4구 논란`을 일으키며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5월 30일 잠실 LG 트윈스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방문 경기에서 개인 통산 399호 아치를 그린 이승엽은 31일 LG전에서 400홈런 달성에 도전했다.

네 차례 타석에서 LG는 이승엽과 정면 승부를 펼쳤다. 이승엽은 8회초 오른쪽 파울 폴을 살짝 비켜가는 `파울 홈런`을 쳤다. 잠실 구장에는 아쉬움 섞인 탄성이 쏟아졌다.

그러나 9회초 이승엽의 마지막 타석 결과를 놓고 LG 더그아웃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삼성이 9-3으로 크게 앞선 9회초 2사 2루에서 이승엽은 방망이 한번 휘둘러 보지 못하고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LG 포수 유강남은 평소보다 홈플레이트에서 멀리 떨어져 바깥쪽에 앉았고, LG 잠수함 투수 신승현은 바깥쪽 공 4개를 연달아 던졌다.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난 볼이었다.

기록상 볼넷. 하지만 “사실상 고의4구였다”는게 대다수 전문가와 팬들의 판단이다. .

LG는 “더그아웃에서 볼넷 지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LG 내야진이 1루와 2루 사이에 수비수 3명을 두는 `이승엽 시프트`를 펼치지 않았나. 고의4구를 지시한 움직임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터리가 볼넷을 각오하고 바깥쪽 위주의 볼 배합을 한 건 맞다”고 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우월 2루타를 치고, 바로 전 타석인 8회 파울 홈런을 친 거포를 상대로 1루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볼넷을 각오한 바깥쪽 승부`를 펼치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대기록을 앞둔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는 건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LG 관계자는 “고의4구 지시는 없었다”고 재차 강조하며 “6점 차라고 해서 승부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LG 배터리에겐 `점수를 내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호소했다.

대기록의 그림자 속엔 항상 `희생양`이 있다. 대기록을 내준 이에게 박수도 쏟아지지만, 평생 `대기록의 희생양`이란 꼬리표도 달고 살아야 한다.

이승엽과 상대하는 투수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승부를 무작정 피하진 않겠지만 평소보다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다.

누구보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이는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당일 경기 뒤 “상대팀의 상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2003년 시즌 말미, 이승엽을 상대하는 팀은 큰 부담을 느꼈다. 이승엽은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신기록 달성을 노렸다.

55호 홈런으로 타이기록을 세운 이승엽은 9월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방문 경기에서 4-2로 앞선 8회초 1사 2루, 고의사구로 출루했다.

롯데팬이 가득한 사직구장에서, 롯데의 고의사구 지시에 항의하는 팬들이 소동을 일으켜 경기가 1시간 동안 지연되기도 했다.

결국 김용철 롯데 감독대행은 9월 28일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사과했다.

롯데는 그해 10월 2일 대구 삼성전에서 이승엽에게 시즌 56호 홈런을 내줬다.

정면승부한 결과였다.

이승엽은 2일부터 포항구장에서 롯데와 3연전을 펼친다. 이 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하면 5일 마산으로 이동해 NC 다이노스와 3연전에서 다시 400홈런에 도전한다.

400홈런이 나올 때까지, 매 타석 이승엽과 그를 상대하는 배터리에게 시선이 쏠린다.

LG가 `고의성 짙은 볼넷`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다른 구단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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