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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꽃은 언제 피는가?

등록일 2015-05-26 02:01 게재일 2015-05-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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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영재 포항시축제위원·스틸아트페스티벌위원장

산업화의 시대였던 20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지식인들은 입을 모아 다가오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 예견하였고, 그 예상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기대에 비하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담론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술인들은 문화를 굳이 문화예술이라 말하며 예술 환경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해 왔으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늘 절망을 선사하곤 한다.

문화는 워낙 광범위한 개념이라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문화(culture)의 어원은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자연과 비교되는 개념이다.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것, 자연에 인간이 개입하여 만들어 낸 인간집단의 생활양식이 문화인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주로 정신적이거나 지적이고 예술적인 산물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정신의 밭을 경작하는 일이라 해석하면 되겠다.

문화의 세기라는 말은 20세기에 돈 되는 일이 산업생산이었다면 21세기에는 문화가 돈벌이가 되어야 성립된다. 과연 문화가 돈이 되는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타이타닉`은 3천억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고, 그 수익은 무려 2조원이 넘었다고 하니 더욱 놀랄 일이다. 2조원이면 우리나라 자동차회사가 승용차 400만대를 생산, 수출해야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라니 문화생산의 폭발력을 보여준 실례가 되겠다. 2009년에 제작된 `아바타`는 타이타닉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하며, 2012년에 개봉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린 `007스카이폴`은 오랜 세월에 걸쳐 무려 23번이나 같은 이름으로 제작된 007시리즈 중 하나이니 이정도면 007문화라 명명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왜 문화예술인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경제 효과의 창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 본성의 문제, 삶의 질에 관한 문제이다. 인생은 지성과 감성의 두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의 여정이다. 두개의 바퀴가 균형이 잘 이루어져야 비틀대지 않고 똑바로 굴러갈 수 있고, 한 사람의 생애가 더욱 가치있게 기록되는 것처럼 경제적인 풍요와 더불어 정신적인 여유가 균형을 이루어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자꾸만 각박해져 경제적인 이윤 창출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전에 비해 먹고사는 문제는 한결 나아졌다. 오늘날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보다 영혼의 갈증이 더욱 심각한 세상이 되었다. 우울증이니 자살이니 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는 바로 영혼의 빈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인간 영혼을 풍성하게 살찌우는 것이 문화요 예술이니 어찌 문화예술을 빵 다음이라 할 것인가!

녹음이 짙어가는 산하에 온갖 꽃들이 피고진다.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적당한 시기에 파종을 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준비와 지원이 필요한 법이다. 매년 각 기관단체들은 한 해의 농사를 위하여 예산 확보에 분주하며, 이맘때쯤에는 추경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예산을 달라는 사람이나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기 위하여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사람이나 어찌 그들 개인을 위한 일이겠는가.

인류의 과거였고 현재이며 미래사회의 성장 동력인 문화예술의 창달을 위하여 관과 민, 문화기획자들이 다함께 노력해야 하겠다. 가장 가치로운 꽃, 문화예술의 꽃은 언제쯤 활짝 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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