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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하버드서 위안부에 대해서만 말했나

등록일 2015-05-12 02:01 게재일 2015-05-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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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교수

지난달 27일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의 강연이 있었다. 이후 한국 언론은 그의 강연 내용과 당시 강연장의 분위기 등에 대해서 지속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오늘만 해도 하버드 크림슨에 실린 아베 총리 관련 기사가 한국신문에 보도되었다. 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조선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의 발언을 보도하고 있다. 나는 입장표 추첨에 당첨이 돼서, 다행히 그가 `위안부`들을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말하는 현장에 있을 수 있었다.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서 케네디 스쿨 정치학 연구소에 도착했을 때 많은 하버드 학생들이 모여서 침묵시위 중이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Justice for Comfort Women,” “Truth for Survivors” 등과 같은 글귀들이 씌어 있었다. 또한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도 현장에 참여해서 학생들과 함께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참석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언제까지 이런 가슴 아픈 장면들을 보아야 하나 하는 슬픔이 밀려왔다.

참석자들이 많은 탓에 나는 3층 한 구석에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그의 강연의 주요 내용은 `태평양 지역의 안정화,` `미국과의 에너지 동맹 강화,` `일본 학생들의 미국 유학 및 다른 나라 학생들의 일본 유학 촉진` 그리고 `일본 경제의 활성화` 및 `2020년 일본하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등에 대해서였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수상의 발언은 본 강연에는 없는 것이었고, 하버드대 2학년 조셉 최(최민우) 학생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을 물은 것에 대해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아베 총리는 “인신매매에 희생되어 헤아릴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 마음이 아프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고노 담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은 여성의 인권 옹호와 신장을 위해서 수백만 달러의 돈을 국제 사회에 기부해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위안부에 대한 직접 사과와 보상 문제는 회피하였다. 이러한 회피는 그가 위안부의 고통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고노 담화를 지지한다는 발언이 단지 외교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위안부 문제는 그의 강연의 중심내용은 아니었다. 그의 연설에서 우리는 `태평양 지역의 안정화`와 `미국과의 에너지 동맹 강화`라는 두 부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태평양 지역의 안정화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이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겠다는 말이고, 미국과의 에너지 동맹 강화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발 중인 세일 가스(shale gas)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S오일 직원의 말에 따르면 비싼 운송비로 인해서 세일 가스를 미국에서 구매하는 것이 중동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에너지 동맹 강화`란 결국 많은 돈을 미국에 퍼주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즉,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대리하여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억제하는 데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그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 및 의회 연설 등에서도 확인되었고, 한국 신문들도 이점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하는 기사들을 보도하였다. 아베 총리의 하버드 연설은 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의 발언을 중심으로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 부분은 정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연설의 중심 내용은 `과거사`의 문제를 넘어서 현재와 미래의 동아시아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일본이 미국을 대리하여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안보적 이익과 불이익을 당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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