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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승전70주년, 대한민국호, 포항호

등록일 2015-05-11 02:01 게재일 2015-05-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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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밝고 푸른 하늘아래 넓디넓은 공원은 우렁찬 목소리로 충만했고, 메아리조차 젊었다…. 거기에서 소년들이 깃발을 들고 걸어갔다. 조국도, 그들을 찬양하며, 그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러시아의 여류시인 안나 아흐마토바가 쓴 시 `소년단의 숙영지에서`의 한 부분이다. 아흐마토바는 볼셰비키 혁명에 가담하지도 않았고, 혁명을 찬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독소전쟁이 발발한 이후에 그녀의 시는 `애국적인 서정시`라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다. 현실과 역사를 응시하며 소년들을 통해 러시아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고 있다. 필자가 이 시를 매개로 붉은 광장에서 펼쳐진 `제2차 세계대전 승전70주년 열병식`을 떠올렸다면 비약일까? 제2차 세계대전 승전70주년이 세계인에게 그리고 러시아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자문해본다. 승전70주년에는 나치 히틀러세력을 물리쳤다는 서구적·유럽적 의미뿐만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세력을 꺾었다는 아시아적 의미도 있다. 나아가 세계사적 맥락에서 보자면 유라시아대륙 전체의 자유와 번영의 토대를 구축한 상징적·역사적 의미까지도 내포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 `동부전선의 스탈린그라드(볼고그라드) 전투`라는데 이견(異見)이 없다면, 히틀러의 나치즘을 막아내는데 소련 국민 2천700만 명이 희생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미국·유럽이 `파시스트 승전 진실`을 정확히 알리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러시아인들은 주장한다.

물론 붉은 광장에서 펼쳐진 최대 규모의 기념식에서 중·러 양국이 공동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을 보면서, `미·일 신동맹`에 맞선 `중·러 신밀월`행보를 우려할 수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군사협력이다. 양국은 11일부터 지중해에서 처음으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달 중국에 첨단 방공미사일시스템(S-400)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협력에서도 양국 국영기업인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간`서부노선`을 통한 대(對)중국 가스공급 프로젝트 기본조건에 합의했다. 나아가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와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간 협력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호의 선장은`대한민국호의 나아갈 길`을 제대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통일로 나아가는 주춧돌을 놓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복원해 남·북·러 3각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정학적·경제적 관점에서 남·북·러 3국이 각각 파트너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물류·관광협력과 철도·가스관·송전선 프로젝트에 대한 3각 협력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또한 러시아극동의 선도개발지역과 자유항 등에 한국기업 참여와 진출을 적극 장려해야 할 것이다. 갈루쉬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 개최야말로 양국 간 경제무역 관계발전에 중요한 행보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면서, 오는 6월 21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시베리아극동특별위원회 협의에서 양국 관광 상품홍보와 항구 개발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 작업 강화 및 투자 무역 분야에서의 지역 활성화방안 등도 논의하자고 하니 우리도 이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대한민국호는 `미·일 신동맹`에 맞선 `중·러 신밀월` 행보에 좌고우면 하기보다는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와 시베리아극동특별위원회 협의에서 한·러 간 상호협력을 확고하게 구축해 나갔으면 한다.

포항호는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러 3각 협력에 일조하면서 포항영일만항이 대북방교역의 전지기지로 제 몫을 감당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포항의 미래와 다음 세대 먹거리는 `포항영일만항 활성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는 12~17일 포항시의 러·중 방문도 그런 차원에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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