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해외에 나가서 살다보면 내 나라가 세계에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나 역시 보스턴에 와서 생활하면서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를 접할 기회가 많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14년 전 미국에 왔을 때 내가 느꼈던, 외국인의 한국 이미지와 현재의 한국 이미지가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하기는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2001년 9월에 하버드 대학교에 한국 대학의 박사 준비생 자격으로 잠시 유학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때는 1998년 IMF 사태 이후라 전체적으로 한국의 경제 상황이 많이 좋지 않았고, 환율도 1달러 당 1천300원으로 매우 높았다. 그래서인지 미국 물가가 무척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버드 대학교의 건물들과 수업 등이 모두 너무 호사스럽게 느껴졌었다. 특히 날씨 좋은 날, 학교 옆에 있는 찰스 강가에 앉아서 강을 바라보노라면 뭔가 천국에 와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 마음에 비친 미국에 비해 이곳 사람들 마음에 비친 한국은 뭔가 `한국전쟁` 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하버드 대학교의 동아시아 문명 및 언어학과에는 한국 역사 및 한국 문학 담당 교수들이 각각 한 명씩 있었는데, 이 분들은 모두 1960년대에 미국의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분들이다. 이 분들에게 한국은 `반찬이 김치`뿐인 저녁, 혹은 비 온 뒤의 진창길 등으로 회상되었다. 또한 TV에서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1970년대 드라마 매쉬(M·A·S·H)가 여전히 방영되고 있었다. 거기서 한국인은 움막집에 사는 매우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인에 대한 미국인의, 그리고 다른 외국인의 인상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 우선 한국인과 미국인들의 한국 문화 교류 모임에서 만난 미국인들-주로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들-은 한국에서 살다온 경험도 있고, 한국의 쇼핑 문화를 매우 사랑하고, 한국 드라마나 대중음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어를 잘 하고 싶어 했고, 또 한국 남자와 사귀고 싶다고도 했다. 동양계 남자가 미국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 남자의 인기는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아시아 여자들 중 한국인이 제일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한마디로 한국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외국인의 호감도가 높다는 말이다.
또한 `가난한 나라` 한국, `미국의 원조를 받은 나라` 한국이라는 이미지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 1인당 GNP가 작년 기준으로 2만4천 불 정도 되면서, 전체적인 나라의 이미지도 소위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보다는 경제적으로 훨씬 부유한 나라라는 인상을 분명하게주고 있는 듯했다. 한번은 내가 방문학자로 있는 연구소의 중국학자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내가 중국인은 돈 버는데 천재적인 DNA가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한국인이 돈은 더 잘 벌지 않느냐는 대답을 듣기도 했다. 다른 유학생들도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자비로 유학 오는 한국 학생들이 많다보니 그런 인상을 주는 듯했다.
14년 전에는 한국이 원래 경제 규모나 수준에 비해서 그다지 좋은 인상을 외국인에게 주지 못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응당 그래야 할 수준의 평가를 외국인에게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출퇴근 버스에서도 승객의 절반 이상이 삼성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런 저런 것들이 조금씩 쌓여서 한국의 이미지가 점점 좋아지고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14년 전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가난했던 한국의 이야기를 미국인으로부터 들으면서 기분이 언짢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젊은 세대에게 한국은 세련되고 사귀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나라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