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BR>29일부터 대구 수성아트피아
아날로그 시대의 감수성을 자극하며 한국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스노우쇼`가 오는 29일부터 수성아트피아 명품시리즈 기획으로 열린다.
대구에서는 2008년 공연(대구시민회관) 이후 7년 만에 만날 수 있는 기회다. 1993년 초연 이후 20여 년간 100여개 도시 수천만 관객의 마음을 홀린 작품으로 2001년 첫선을 보였고, LG아트센터 4년 공연 전회 매진 기록을 세웠다.
`스노우쇼`는 이 시대 최고의 광대, 슬라바 폴루닌의 오랜 작업 아이디어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광대예술의 정수와도 같은 작품이다. 그는 막스 밀러, 찰리 채플린, 마르셀 마루소 등과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뒤를 이어 21세기 광대 예술의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마임의 테크닉을 결합시켜 대중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스노우쇼는 채플린의 애잔함, 베게트의 쓸쓸함, 스타니 슬라브스키의 극적 전통과, 체홉, 톨스토이의 철학을 모두 함축한 슬라바 폴루닌의 20세기 최고의 희극 대작이다.
1993년 초연 이후 에딘버러페스티벌 비평가상(1996), 로렌스올리비에상(1998), 러시아 골든마스크상 (1998) 등 유럽의 주요 연극상을 석권했다.
21세기 뉴욕으로 진출해 오프브로드웨이 최고 흥행기록을 경신했고, 2005년 뉴욕 드라마데스크어워드까지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공연임을 입증했다.
스노우쇼는 무성영화 속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8명의 광대들이 출연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짧은 에피소드들을 연기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화살 맞은 광대가 객석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관객의 물건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또한,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되어 한바탕 눈싸움을 벌이고 순식간에 객석을 덮어버리는 커다란 거미줄을 같이 치기도 하고, 공연이 끝날 무렵 광대들이 객석을 향해 초대형 풍선을 날리면 공연장은 객석과 무대의 구분 없이 말 그대로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된다.
엄청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엔딩 장면은 이 작품을 이미 보았던 관객이라도 다시금 공연장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명장면이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눈 폭풍이 몰아쳐 마치 남극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배우와 관객이 눈싸움을 하며 함께 흥겨운 시간을 갖는 것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