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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등록일 2015-03-12 02:01 게재일 2015-03-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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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세상이 미국 일로 떠들썩하다. 김기종이라는 이가 주한 미국대사 리퍼트 씨를 크게 다치게 했다는 것이다.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종편 채널들도 며칠씩 이 사건을 크게 다루고 있다.

김기종 씨는 미국의 군사훈련을 중지하라고 외쳤다고 하는데, 과연 이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런데 이는 곧 미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말해 미국은 제국인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제국으로 보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그렇다. 중국이 제국이고, 또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인 것은 자명하지 않을까? 또 러시아도?

그러나 이 나라의 현실에 비판적인 이들 중에는 미국은 반통일 세력, 제국, 나아가 제국주의 국가라고 보면서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우리는 바야흐로 제국으로의 재기를 꿈꾸는 일본까지 합쳐, 제국들에 둘러싸여 있고, 이들의 이해 관계를 떠나 우리 문제를 생각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미, 중, 일, 러, 네 나라 가운데 어디 자국 이익 돌보지 않고 우리를 도와주려는 나라가 있나? 없다. 그리고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 국가라는 것의 생리다.

그러니 어디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 것이 미국뿐이랴. 중국이라면 더욱 한반도 통일을 더욱 끔찍하게 여길 것(?)이며 러시아도, 일본도 속내는 다르지 않을 테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 한반도 통일을 조금이라도 지원해 줄 제국이 있겠느냐 생각해 보면 그것은 미국일 수밖에 없다. 미국만은 한국이 정말 통일을 원한다면 도와줄 수도 있다. 그것이 그들의 국익에 맞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통일을 바라지 않을 세력은 어디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당국일 것이다. 외부에서 밀려들어올 어떤 종류의 훈풍에도 화들짝 놀라 경기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그네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입만 벌리면 통일을 말하고 한국정부를 반통일세력이라 몰아부친다. 속이 뻔하게 들여다보이는 수작이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늘 속아 넘어가는 이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들 가운데 너무 많다.

요컨대, 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나 형국을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인데, 예나 지금이나 이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해방 직후의 한국인들에게도 미국이나 소련은 어려운 화두 중의 화두였다.

이 두 나라를 어떻게 봐야 하나? 당시 대부분의 좌익들은 소련을 해방자로 인식했다. 또 우익 대부분도 미국을 해방자로 인식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한 이도 있었다. 채만식이 바로 그런 유형이었다. 그의 소설 `역로`인가를 보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인물 중 하나가 소련도 제국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시에 소련이 아제르바이잔 사태에 개입한 것을 두고 이런 논의가 오갔던 것인데, 당시에 소련은 바쿠 유전지대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군대를 물리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날은 어떤가? 미군은 왜 한국에 있나? 중국은 왜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하고 있나? 다 그들에게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에도, 북한에도 이익이 된다! 만약 미군이 없다면 한반도가 전쟁 없이 안전할까? 상상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것, 미국이나 중국 같은 제국들을 철부지 같은 낭만적 시선으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이 필요해서 지금 여기에 있으면 그뿐이다. 선거도 없는 중국보다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그래도 확실히 낫지 않은가? 그리고 중국이나 러시아나 일본은 지리적으로 너무 가깝다.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한반도에서는, 당분간은,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지만 미국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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