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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復古), 그 안의 그리움

등록일 2015-02-13 02:01 게재일 2015-0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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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복고풍이 유행이다. 특히 영화, 음악, 그리고 패션에서 복고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이 복고열풍의 중심에 서있다. 1950년 한국전쟁을 지나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네 다섯 식구 이야기를 그린 국제시장은 아직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건재하며 관객 수를 추가하고 있는 데, 11일까지 누적관객수만 1천320만명이란다.

한국 포크 음악의 산실인 무교동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무대로 한 영화 `쎄시봉` 역시 화제다. 이 영화에서는 모티브가 된 `웨딩 케이크`를 비롯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하얀 손수건` `딜라일라` 등 그 시절을 풍미했던 음악이 영화의 적재적소에 버무려져 관객들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를 선물한다.

영화 `쎄시봉`의 실제 주인공들인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은 다음 달부터 전국투어에 나선다. 이들은 3월 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2015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란 타이틀로 투어를 시작, 3월 2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 4월 12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들은 2010년 MBC `놀러와`에 함께 출연해 중장년층의 추억과 향수에 불을 지피며 쎄시봉 열풍을 일으켰으며, 2011년 전국에서 쏟아지는 공연 요청에 `쎄시봉 친구들`이란 제목으로 투어를 펼치며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그 뿐이랴. 요절한 대구출신 싱어송라이터 김광석도 다시 뜨고있다. 김광석추모사업회가 후원하는 `김광석 다시 부르기`콘서트가 2009년부터 시작돼 한 가수를 추모하는 단일 공연으로는 최장기, 최대 규모의 공연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 초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특집이 인기를 큰 이후 패션에서도 복고열풍이 뜨겁다. 온라인쇼핑몰 AK몰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단추 모양 때문에 일명 `떡볶이코트`라 불리는 더플코트가 1억4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전년 동월대비 무려 195배 신장했다. 또 청청패션의 부활로 데님재킷 매출 역시 전년대비 15배 신장했으며, 미 공군들이 입던 항공점퍼에서 유래한 보머재킷 매출도 20배 증가했단다.

복고열풍은 `추억은 그리움`이란 등식을 보여준다. 60년대에 출생한 50대 중년이나 1990년대에 출생한 30대 젊은 직장인이나 자신의 어린 시절 유행하던 노래, 옷, 영화, 가로 풍경들에 애틋한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사르트르는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비평문에서 “인생은 잘 짜인 이야기보다는 그 하나하나가 관능적인 기쁨인, 내일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다”라고 했다. 인생의 모든 순간들이 빛나는 보배라는 얘기다. 어린 시절 겪었던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복고열풍은 그런 의미에서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포항출신 김만수 시인은 시집 `바닷가 부족`에서 어린 시절의 그리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저무는 숲실바다로 날리어 간/하모니카 소리가 돌아오곤 했다/요 며칠 전부터의 일이다/어릴 적/어링불로 불리어가던 그 소리에는/뜨거운 그늘이 있어 저물녘/동쪽으로 길어지곤 했다//오늘 다시/소리 그늘이 노을 속으로 길어지는 걸 본다/아버지 불다 가신/ 바람 칸이 무너진 영창 하모니카/놀랍게도 봄바람속/굴러오는 그 소리를 듣는다// 옛날의금잔디동산에메기같이앉아서놀던곳/노을 지는 강 하구에 앉아/서쪽 포구로 먼저 간다고/먼저 가서 거기 소금 고방 근처에/얼쩡거리고 있으리라고/거친 숨 넣고 빼며 부셨던/그 하모니카 소리 오늘 다시 듣는다//”(시 `하모니카`전문)

마음만 젊은 50대로 선 내게 봄 바람속 하모니카 소리가 들릴듯 말듯 은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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