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논란은 얼핏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수수께끼같은 화두다.
두 사나이가 긴 여행을 하는 도중, 배가 매우 고팠다. 그런데 어떤 방에 들어가보니 맛있는 과일이 바구니에 가득 담겨져 천장에 매달려있었다. 한 사나이는 “과일은 먹고 싶지만, 너무 높은 데 있어서 손이 닿지않는군”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또 한 사람은 “나는 꼭 저 과일을 먹어야겠다. 아주 높은 데 매달려 있지만 저기 매달려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매달았다는 것이니 우리라고 올라가지 못할 리 없다”고 말한 뒤 주변을 샅샅이 뒤져 사다리를 찾아내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 과일을 손에 넣었다.
`증세없는 복지`역시 이처럼 맨손으로는 닿지 않는, 천장에 매달린 과일같은 현안이 아닐까.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5일`증세없는 복지`논란으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자 “무상급식과 보육문제는 전반적 재점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상급식과 보육을 완전 폐기한다고 할 수는 없고, 재검토하겠다는 표현이 완전 포기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은 아직은 조금 앞서가는 것”이라고 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전날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밝힌 것에 비해선 다소 후퇴한 셈이다.
`증세없는 복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기에 이를 전면 재검토하는 문제는 청와대의 조율없이 함부로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가 한 발 후퇴한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당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헤아려야 할 새누리당과 대선공약 철회라는 자충수를 둬야만 할 상황인 청와대, 정치권 합의없이는 총대 메기 싫은 정부 등 3자의 고심이 어떻게 정리될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어떻든 `증세없는 복지`를 도입했던 북유럽 여러 나라들이 재정파탄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걸 감안한, 새로운 해법을 도출해야 할 국면이다.
골머리를 앓고 있을 당·정·청 관계자들에게 유태인의 경전이라 불리는 탈무드에 나오는 일화를 소개한다. 옛날 어느 왕국 임금님이 외동딸을 갖고 있었는 데, 무서운 병에 걸려 수일내로 묘약을 먹이지 않는 한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딸을 무척 사랑한 임금은 딸의 병을 낫게 하는 사람에게 딸을 주고,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포고문을 내걸었다. 왕국의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벽촌에 세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제들은 각각 부모로부터 보물을 한가지씩 물려받았다. 아무리 멀리 있는 물체라도 잘 볼 수 있는 마법 천리경과 하늘을 날아 어디라도 빠르게 갈 수 있는 마법융단, 그리고 먹으면 무슨 병이라도 낫게 하는 마법의 사과였다. 이 중 마법 천리경을 갖고 있는 큰 형이 왕이 내건 포고를 보고, 공주의 병을 낫게 해주자고 제안했다. 형제들은 하늘을 나는 마법융단을 타고 왕궁으로 가서 공주에게 사과를 먹였다. 그러자 공주의 병이 깨끗이 나았다. 임금님은 크게 기뻐하며 잔치를 베풀고, 공주와 결혼할 부마를 발표하려 했다. 큰 형은 “내 망원경이 없었다면 공주가 병든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고, 둘째 형은 “마법 융단이 없었다면 공주가 죽기전에 이렇게 먼곳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막내 동생 역시 “사과가 없었다면 병을 낫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임금이라면 누구에게 공주를 시집보낼 것인가. 답은 마법의 사과 주인인 막내 동생이다. 마법 천리경과 마법 융단을 가진 형들은 천리경과 융단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동생은 자신이 가진 보물인 마법사과 자체를 공주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할 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는 것이 가장 고귀하다`는 것이다. 이 나라 복지를 위해 자신이 가진 마법사과를 내놓을 정치지도자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