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되지 않으면 홧김에 폭력성 표출<br>15초만 참으면 분노·화 뇌신경계 조절 가능<BR>규칙적인 운동이나 충분한 수면도 도움
“화가 나면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가 조금만 심기를 건드리면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 던져야 직성이 풀려요. 화를 조절하는게 너무 어려워요”
평소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직장생활은 물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모(31)씨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가 충동조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남들이 자꾸만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불 같이 화를 내고 나면 속은 후련하지만 금세 후회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스스로 분노나 화를 참지 못해 충동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뜻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거나 불을 지르는 등의 우발적인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충동조절장애 증상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지난 5년간 30%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9년 3천720명이던 충동조절장애 환자 수는 2013년 4천934명으로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한순간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뒤늦게서야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후회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새벽 1시 30분께 포항시 남구의 한 문구점 앞에서 40대 남성이 결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승용차로 4번이나 들이받았다. 곧이어 차에서 내린 남성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전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목까지 졸랐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순간적으로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마트 주인과 계약금을 두고 말다툼을 벌이던 50대 여성이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계약금 문제가 뜻대로 해결되지 않자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충동조절장애에 대해 개인주의 사회 속에서 자존감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현대병`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경쟁 분위기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자기중심적인 성장 환경이 충동조절장애를 일으키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충동조절장애 자가테스트1. 성격이 급해 쉽게 흥분하며 화를 낸다.
2. 남의 잘못은 그냥 넘기지 못한다.
3.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해결 보다는 쉽게 포기해 버린다.
4. 중요한 일을 앞두고 화를 조절하지 못해 망친 적이 있다.
5. 화가 나면 주변을 물건을 던진다.
6. 주변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억울한 생각이 든다.
7. 잘한 일은 인정받아야하고 그렇지 못하면 화가 난다.
8. 내 잘못도 다른 사람 탓을 하게 된다.
9. 분이 쉽게 풀리지 않아 운 적이 있다.
10. 화가 나면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다.
11. 분노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다.
12. 게임할 때 내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치민다.
●해당사항이 1~3개: 충동조절이 가능한 단계
●해당사항이 4~8개: 충동조절이 조금 부족한 단계
●해당사항이 9~12개: 전문의 도움이 필요한 단계
포항북구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분노와 화를 잘 표출하는 방법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표출하기를 권했다.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만 잘 지켜도 화를 조절하는데 효과적이다.
정신건강증진센터 관계자는 “화가 날 땐 15초 정도만 참으면 뇌신경계에서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며 “명상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 등의 방법으로 화를 조절하고 심각할 경우엔 전문가나 집단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고 전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