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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디아스포라 네트워크와 능동적 통일준비

등록일 2015-01-26 02:01 게재일 2015-01-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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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우리 고려인들은 남북의 친교와 통일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니콜라이(우수리스크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장)의 말이다. 명절 때면 남북교류행사 차원에서 `태권도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러시아 연해주일대에서는 고려인과 조선족, 북한근로자와 한국 교민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다. `미리 보는 통일사회`가 이미 형성돼 있는 것이다.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을 잇는 철도가 개통되고, 나진·하산 프로젝트 석탄시범운송을 기점으로 `미리 보는 통일사회`에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1990년대 들어서 고려인들은 IT나 건설업, 물류·유통업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뒀고,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에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러시아 정치권과 관료사회에 진출한 이들도 있어서 우리의 통일외교도 지원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37만여 명의 고려인은 우리 민족의 자원이며 현지 홍보대사이자 외교관`이라는 걸 인식하고 통일한국을 위해 `고려인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통일한국의 기반`이자 `통일 이후의 큰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집권 3년차인 박근혜 정부는 중앙아시아와 극동 지역에 있는 `한국문화예술의 집`과 `고려인 문화센터`를 거점으로 해서 `고려인 디아스포라 네트워크`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한 `통일의 주춧돌 놓기`와 연관되는 일이다. 또 시야를 넓혀 러시아·CIS 지역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일본 등에 있는 재외동포들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글로벌 코리안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 `능동적인 통일준비`를 위해 이 네트워크를 잘 운용할 시스템과 컨트롤타워도 갖춰야만 하지 않을까?

경북도와 포항시도 고려인을 `현지 홍보대사이자 외교관`으로 활용하면서 `능동적인 통일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연해주 대규모 농업 프로젝트를 위해서, 훈춘~하산~영일만항 항로 개척과 활성화를 위해서도 `고려인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19일자 경북매일의 칼럼에서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능동적인 통일준비`를 해나가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오는 5월 9일 `승전의 날` 모스크바에서 거행될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남북정상이 만나 회담을 하는 것도 `능동적인 통일준비`의 한 방안이 아니겠는가, 하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통일은 남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함께 창조적인 협력을 모색해야 하고 경제적인 능력과 능동적인 외교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함께 창조적인 협력을 모색`하면서 `능동적인 통일외교`를 펼쳐나가자는 박 대통령의 주장과 `아이디어 수준의 통일이벤트`만 쏟아내고 있는 통일 관련 부처의 업무보고가 `따로 국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에서 진전이 있을 때만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정부의 능동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의 대미(對美) 압박 없이는 미국 정부가 현재의 대북(對北)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남북회담이 성사되면 미(美) 대북정책 기조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남·북·러 3각 경제협력과 나진·하산 프로젝트, `고려인 디아스포라 네트워크`와 `글로벌 코리안 디아스포라 네트워크`가 의미를 가지려면? 통일이 `헛된 꿈`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이 되려면? `미리 보는 통일 사회`가 한반도에 실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외교부, 통일부, 통일준비위원회가 신경전대신에 `창조적인 협력`으로 `능동적인 통일준비`를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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