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러시아는 `다사다난`했다. 소치 올림픽으로 구축한 `새로운 러시아 이미지`는 크림반도 병합으로 증발해 버렸고, 미국·유럽연합의 대러 경제제재에 유가하락, 환율 급상승으로 러시아는 경제위기에 몰렸다. 그래서 러시아 경제일간지 `코메르산트`는 `2014년 러시아 경제 10대 사건`을 선정하기도 했다. 주요 사건들은 대개 하반기에 발생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한다.
지난해 12월 16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10.5%에서 17%로 인상한 것이 최대이슈로 꼽혔다. 국제유가하락에 따른 루블화 가치 급락과 대규모 자금유출 사태를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 27일 석유수출기구(OPEC)의 원유생산량 쿼터를 유지하겠다는 결정, 즉 감산(減産) 불가 결정도 주요사건으로 선정됐다. 이 결정은 유가하락을 초래했다. 지난해 7월 30일 유럽연합은 러시아 국영은행에 대한 제재를 취했다. 이 제재로 러시아는 2015년에도 경기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5년 러시아는 미국·유럽연합의 대러 경제제재 국면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지난해 12월 4일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연례교서에 녹아있다. 우리와 연관되는 몇 가지 조치에 한정해서 언급해보자. 우선 중점지역 개발이다. 극동개발을 위한 가속발전지대 관련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키고 해당지역에서 연방 조세 증가분 일부를 극동개발펀드에 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관세경감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항에 자유항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과 태평양 연안 비즈니스 활동 및 북극항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 다음 비즈니스 활동 자유를 확대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생산 소기업에 한해 등록 후 2년간 조세를 유예하는 방안, 국가투자환경 순위조사를 연방주체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두 번째 물음에 대한 대답은 2013년에 발표된 `대외정책개념`의 큰 흐름에 담겨 있다. 서방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아태지역 잠재력을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유라시아경제연합 회원국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다. 아울러 남미와의 전통적 관계를 복원하고 아프리카와 중동과의 협력을 지속하면서 러시아의 입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 연합국 승전 70년이 되는 2015년에 러시아는 국가생존을 위해 활로를 적극 모색할 것이다. 5월 9일 승전의 날에 모스크바에서 `2차 세계대전 승전70주년 기념식`을 거행함과 동시에 남북정상회담까지 열린다면, 러시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남·북·러 3각 협력 활성화와 극동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푸틴의 외교력도 부각시킬 수 있다. 또한 미국·유럽연합의 대러 경제제재 국면에서 `왜소해진 러시아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러시아인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수도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정부도 이 행사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유라시아와 단절되지 않는 북한`이 되도록 이끌어주면 어떨까?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유라시아의 단절구간-북한`을 불러내 보자. 박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통일의 주춧돌을 놓아야 하는 만큼, 북한을 고립된 섬으로 남겨둘 순 없는 일이다. 우리 입장에서야 미국에 맞선 북·러 접근과 북·중 관계정상화가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지만, 사안 별로 국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균형외교`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가능하지 않을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성과-나진·하산 프로젝트 석탄시범운송`의 감격을 이어가면서, 남·북·러 3각 협력의 활성화로 포항영일만항을 대북방교역의 전진기지로 발전시켜야 할 사명을 부여받은 곳이 바로 포항이다. 포항 입장에서는 러시아에서 개최될 `2차 세계대전 승전70주년 기념식`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는가가 사뭇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