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 새해를 맞았다. 띠로 풀이하면 올해는 청양띠해로서 진실, 성실, 화합을 의미한다. 십이간지에서 양은 성격이 착하고 유순하며 무리를 지어 살면서 화목하고 평화롭게 사는 동물로서 사회성이 뛰어나고 공동체에 잘 적응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동물이다. 여기에 빠르고 진취적인 `청색`의 기운이 덧씌워졌으니 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삼각산 승가사(三角山 僧伽寺)에 올랐다. 북악산과 남산 등 서울시내를 내려다 보기 딱 좋은 곳에 들어선 절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승가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曹溪寺)의 말사로 756년(신라 경덕왕 15)에 수태(秀台)가 창건, 당나라 고종 때 장안 천복사(薦福寺)에서 대중을 교화하면서 생불로 알려진`승가(僧伽)`를 사모하는 뜻에서 승가사라 했다고 한다.
특히 절 서북방 100m지점에 있는 바위벽에 보물 제215호로 지정된 `석가여래상(구기리 마애석가여래좌상)`이 부각돼 있는 데, 그 높이가 약 6m에 너비 5m로 웅장했다. 여래상으로 올라가는 108계단 아래서 부처님 상을 바라보노라니 얼굴에 광채가 나는 듯 했다. 1천년을 넘은 돌 부처님 얼굴에 광채라니 내가 잘못보았나 싶었는 데, 바위 벽에 깎을 때 부터 흰 속살결을 생각하고 깎은 모양이었다. 가파른 산자락에 절과 보탑을 세우고, 얼굴에 은은한 광채를 드리운 부처님을 바위 벽에 현신시켜놓은 걸 보면서 사람의 힘, 종교의 힘, 신념의 힘이 얼마나 큰 일을 할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중국 한나라때 활을 잘 쏘기로 유명한 이광이란 장수가 있었다. 하루는 비바람이 많이 부는 날 산속을 가다가 자기를 향해 달려드는 호랑이를 만났다. 놀란 이광은 본능적으로 활을 꺼내 든 뒤 온 힘을 다해 화살을 쏘았다. 시위를 떠나 날아간 화살은 보기좋게 호랑이를 명중시켰다. 그런데 화살을 맞은 호랑이가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는 게 아닌가. 이상하게 여긴 장군이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것은 호랑이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바위였다. 궂은 날씨탓에 바위를 호랑이로 착각하고 활을 쏘았던 것이다. 놀라운 것은 장군이 쏜 화살이 바위를 뚫고 깊숙이 박혀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쏜 화살이 바위를 뚫을 만큼 강하다는 사실에 놀라 다시 한번 시험해보기로 하고 활을 들어 쏘았다. 몇 번을 더 시도해보았지만 다시는 바위를 뚫지 못했다. 그때서야 그는 호랑이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생각한 그 순간의 집중력이 바위를 꿰뚫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서 정신일도 금석가투(精神一到 石可透)라는 말이 생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일도의 상태다. 즉, 어떤 일을 성취하려면 그 일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매(三昧)의 경지다. 삼매는 범어인 `사마디(samadhi)`를 음역한 것으로서 `마음이 하나의 대상에 집중되어서 잡념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광이 눈앞에 나타난 호랑이 모양의 바위를 보고 오로지 호랑이를 맞혀야 한다는 일념에만 몰입한 상태가 바로 삼매의 경지다. 나중에 그것이 호랑이가 아닌 바위임을 알고 난 뒤에 다시 활로 쏘았을 때 화살이 뚫지 못한 이유는 진정한 삼매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호랑이로 간주하고 쏘았기 때문에 아무리 집중해도 뚫지 못한 것이다. 속으로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오르면서도 그것들을 밀쳐놓고 `오로지 이 일에만 집중하자`고 정신을 모으는 것은 삼매가 아니다. 말 그대로 하나의 일에 완전히 몰입이 돼야한다. 시간·장소마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 때 비로소 삼매의 경지가 나타나며, 큰 일을 이룰 수 있다.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선택하라.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단 하나의 목적에 온 힘을 집중하자. 선택과 집중은 꼭 이루고 싶은 일을 이루는 데 좋은 답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