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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의 교훈

등록일 2014-12-19 02:01 게재일 2014-1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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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지난 5일 뉴욕 JFK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의 소위 `땅콩 회항`사건이 추운 연말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첫 출발은 그저 있을법한 헤프닝이었다. 오너 일가의 까탈스런 성향으로 인한 직원견책, 그리고 회항으로 인한 약간의 연착과 승객들의 불만토로 정도였다. 그랬던 것이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급기야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국토교통부 역시 부실조사 논란에 휘말려 다시 자체 감사에 들어가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사건의 전말은 간단하다. 조현아는 자신이 탄 비행기에서 땅콩을 봉지째로 줬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내리라고 지시해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이 공항에 내린 후 비행기가 출발하게 했다. 비행기 기내 규정은 땅콩을 요청한 승객에게 땅콩을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러리에 들어가서 뜯은 후 작은 그릇에 담아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사무장이 했던 행동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현아는 사무장의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하며,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1969년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만든 회사다. 조 창업주의 성공신화도 꽤 흥미롭다. 그는 1947년 경기에서 화물자동차 사업을 시작했고, 1956년 주한미8군의 군수물자 수송을 맡았다. 이때 한진 소속의 트럭운전사가 미군의 겨울점퍼를 트럭째로 남대문시장에 팔아넘긴 사건이 있었다. 조 창업주는 직원 한 명을 시장에 상주시켜 유통중인 미군 점퍼를 전량 다시 사들였다. 회사는 금전적 손실을 입었지만 이 일로 조 창업주는 미군의 신뢰를 얻었다. 미군이 같이 일해도 될 만한 사람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후 미군은 1966년 월남의 물자수송을 맡겼다. 월남에서 조 창업주는 총탄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직접 트럭을 몰고 군수물자를 날랐다. 월남에서 한진그룹은 1971년까지 5년간 총 1억2천만달러(약 1천200억원)라는 막대한 달러를 벌었다. 당시 한국은행의 가용외화가 4천700만달러였다.

그런 우여곡절끝에 세운 대한항공이 조양호 현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슈퍼甲질`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있는 것이다.

이 사건이 일반 기업 사무실에서 일어났다면 기업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로 치부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다른 승객들이 타고 있는 항공기에서 일어났기에 `뜨거운 감자`가 돼 버렸다. 가뜩이나 부정적 인식이 많은 재벌기업의 오너 일가가 `슈퍼甲질`횡포를 부렸다니 많은 국민들 역시 조현아에 대해 공분을 느꼈을 것이다.

수 천년동안 유태인의 행동양식을 결정해 온 탈무드에는 인간을 평가하는 세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히브리어로 `키소, 코소, 카소`가 바로 그것이다. `키소`는 `돈 주머니`라는 뜻인데, 그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를 보면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것이요, `코소`라는 단어는 본래 `술을 마시는 잔`이라는 말인데, 술을 마시는 법이 깨끗한가 더러운가, 또는 인생의 재미를 어디서 찾는가를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소`는 `인간의 분노`혹은 `열정`을 말하는 데, 어떤 일을 보고 분노하는가, 또는 인내심이 강한 인간인가 어떤가를 보면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땅콩 회항 사건을 보면 술에 취한 오너 일가 자제가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으니 키소, 코소가 어떠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일이요, 어떤 일을 보고 분노하는 가를 가리키는 카소 역시 형편무인지경일 수 밖에 없다.

끝으로 퀴즈 한토막. 요령이 좋은 사람과 현명한 사람의 차이는 무얼까. 정답은 요령이 좋은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절대로 빠지지 않는 곤란한 상황에서 잘 빠져나오는 사람을 말한다.

그럼, `땅콩 회항` 조현아는 요령이 좋은 사람도, 현명한 사람도 아닌데, 웬 `슈퍼甲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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