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농담이라고 하고 있나. 청와대의 실세가 진돗개라니…. 대통령의 썰렁한 유머에 박장대소를 한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도 없다. 그저 안쓰럽다고 할 밖에. 살아있는 권력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그런 청와대를 바라보면 위록지마(謂鹿止馬)만 있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은 사라진 모양새다.
위록지마는 중국의 역사서인 `사기` 가운데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얘기다. 진나라 시황제가 죽고, 환관 조고가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2세 황제로 삼았다. 그런 연후에 조고는 경쟁관계에 있던 승상 이사를 비롯한 많은 신하들을 죽이고 승상의 자리에 올라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그러던 중 조고가 자기를 반대하는 중신들을 가려내기 위해 한가지 꾀를 냈다. 어느 날 사슴을 2세 황제에게 바치며 조고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말입니다.”이에 대해 2세 황제가 웃으며, “승상이 잘못 본 것이오. 어찌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하오?”라고 했다. 그러자 조고는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보며 “이것이 말이냐, 사슴이냐”고 물었다. 조고를 두려워한 상당수 신하들은 말이라고 동조했으며, 잠자코 있는 사람도 있었으나 일부는 사슴이라고 부정했다. 조고는 부정하는 사람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모두 죽였다. 그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후로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비유할 때 이 고사가 인용된다.
지금 청와대가 바로 위록지마에 나오는 형국인 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게이트와 문고리 3인방 이야기를 아직도 `찌라시`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아직도 형세파악을 못할 리는 없을 텐데…. 언론 보도를 보노라면 문고리 3인방을 둘러싼 얘기들은 점입가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고 한다. 하지만 검찰인들 진실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국민적 지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진실은 무얼까. 권력 내부에 도사린 진실을 알고 싶은 국민의 열망은 뜨겁기만 하다.
몇 가지 가능성은 있다. 먼저 대통령의 입장에서 본 문고리 권력은 국민이 본 문고리 권력과 다를 것이란 가정이다. 즉,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힘없는 서민의 눈높이에서 청와대 문고리를 지키는 문지기의 권력이란 건 무시무시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10년의 야당 생활을 포함해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거친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문지기는 단순히 문지기일뿐이라는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실제로 그런 일이 없었는 데, 몇몇의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 유언비어에 불과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대통령이 얘기하듯 이 모든 얘기들이 찌라시 수준의 뉴스일 경우다. 이 경우 청와대 내부 문건 작성자가 누군가의 사주나 조종에 휘둘려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봐야 하니 그 누군가를 밝혀내 엄중히 처벌해야 할 일이다.
집권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터져나온 이같은 추문들은 연말 송년회 술자리에 맛깔스런 안주감이다. 어찌할 것인가.
삼국지 `촉지` `마속전`에서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략할 때 가정(街亭) 전투에 마속을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평지에 진을 치라고 했으나, 마속은 자신의 생각대로 산에 진을 쳤다가 대패를 당했다. 마속은 제갈량이 아끼는 장수이자 절친한 친우 마량의 아우였지만 지시를 어긴 책임을 물어 목을 베었다. 아무리 친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도 규칙을 어겼을 때는 법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청와대는 이제라도 읍참마속의 고사를 곰곰히 되새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