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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러 3각 경협과 나진·하산 석탄 시범운송

등록일 2014-12-01 02:01 게재일 2014-12-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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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러시아 대외정책의 방향 수정은 정상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극적으로 조명할 필요는 없다. 동쪽과 서쪽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는 러시아 국가문장(紋章) 속 쌍두독수리처럼 대외정책은 양방향에서 진행될 것이다”

지난 11월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국가두마(하원) 연설에 대한 정치학자 바딤 코쥴린의 논평이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서방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용의가 있지만, 아시아와 CIS(독립국가연합),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발전이 러시아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라고 밝힌 바 있다. `약한 형태의 냉전체제` 혹은 `다극화 세계`에서 새로운 게임을 벌이는 러시아의 입장을 `동쪽(아시아)과 서쪽(유럽)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는 러시아 국가문장 속 쌍두독수리`에 빗댄 것은 절묘하면서도 적확한 표현이다. 아울러 세계경제의 3대 축으로 부상한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려 동서균형감각을 취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의 고민도 읽힌다. 러시아는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부터 `동방을 향한 쌍두독수리의 눈`을 부릅뜨고 `아시아 선회정책`의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질적 성과는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나진항을 출발한 화물선이 29일 오전 6시께 포항 앞바다 영일만 북방파제 동쪽 5.1km 검역 정박지 내 해상에 정박 중이다. 12월1일 오전 포스코 전용부두인 포항항에 입항해 유연탄 하역작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나진·하산 석탄 시범운송에 대한 내용이다. 필자는 이 칼럼을 쓰려고 영일만 북방파제가 보이는 연구실로 올라가며 계속 북방파제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격동의 한반도가 통일로 가는 첫 걸음-나진하산 석탄 시범운송`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큰 길이 첫 걸음부터 시작된다!”는 말로 기대감을 높여줬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단추-나진·하산 프로젝트` 주무부처인 극동개발부의 갈루쉬카 장관은 북한 최룡해 특사단이 러시아를 방문한 직후에 방한해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면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진·하산 석탄시범운송은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의 첫 발자국이다. 앞으로 성과를 낼 잠재력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공동프로젝트로 인한 공동의 이익이 많아질수록 한반도의 안정화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갈루쉬카 장관은 류 장관과 개성산업지구에 러시아기업진출 건에 대해 논의하기도 하고, 이주영 해수부장관과의 만남에서는 한국기업들이 `연해주 해상클러스터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해줄 것을 제안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러시아에게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첫 성과-나진·하산 석탄시범운송`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극동지역 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해주었다. 향후 러시아는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과 남·북·러 물류망 구축 사업을 매개로 남북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북한을 지렛대 삼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아울러 `아시아지역의 에너지와 군사안보 문제`에도 개입할 공산이 크다.

우리 정부는 나진·하산 석탄 시범운송을 지원한 여세를 몰아 이 사업의 안정성을 담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러시아와 북한도 적극성을 띠는 만큼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다른 사업들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매개로 남·북·러 물류망 구축 사업을 본격화해야 한다. 동해남부선과 동해중부선 등 동해선을 완공하는 한편으로, 북한 내 고성~원산~고원~함흥~김책~청진~나진까지 철도가 빨리 이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서 한반도 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돼 유라시아철도가 완성되도록 힘써야 한다. 나아가 영일만항 인입철도 건설과 영일만항 완공도 앞당겨야만 한다.

북한이 `중국의 동북4성`으로 전락하지 않고 북한의 지하자원이 러시아로 마냥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길은, 우리 정부가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과 남·북·러 물류망 구축 사업에서 제 역할을 할 때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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