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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공화국 구상

등록일 2014-10-30 02:01 게재일 2014-10-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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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도 빠르게 나아질 것 같은 징후는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북극공화국 창설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러나 북극에도 나라를 세울 수 있을까?

뜻이 있는데 어찌 길이 없으랴만 북극에 나라 세우기는 남극에서보다 몇 배는 더 힘들 것이 뻔하다. 마치 북한에서 사는 게 이 남쪽 나라에서보다 몇 배는 더 힘든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어려움이 어느 정도를 벗어나면 사람들은 상대적 크기에는 무관심해진다.

일단 쇠가 쇳물이 되고나면 1천600도면 어떻고 2천도면 어떠랴. 어차피 데어 죽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또 춥기로 말한다면 영하 50도나 80도나 별다를 리 없다. 이 남쪽 나라가 북한같이 끔찍한 세상은 되지않기를 바라야겠다.

북극에 나라를 세우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보다 거기에 땅이 없다는 것이다. 남극은 호주 대륙의 두 배나 되는 땅이 있지만 북극은 정작 그곳에 가면 그냥 바다다. 바다가 얼어붙은 얼음덩어리다. 이 얼음덩어리가 여름과 겨울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기를 제멋대로 한다.

설상가상으로 요즘에는 온난화다 뭐다 해서 얼음이 자꾸 준다. 하기는 작년에는 해마다 줄어들던 얼음덩어리가 엄청 늘었다고는 한다. 비록 얼음덩어리라도 굳은 얼음이 늘어 북극곰들이 바다에 덜 빠져 죽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라면 큰 다행이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그런 얼음덩어리를 믿고 이주해 가려 하겠느냐 말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 같으면 여기에 땅 없고 집 없는 사람도 거기 가면 그런 것을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나 해야 눈을 번쩍 뜰 테다. 지번도 주소도 등록이라고 해봤자 올해 없어질지 내년에 없어질지 모를 것을 누가 사고 팔려 하겠느냐 이 말이다.

그렇다고,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땅이라고 함부로 무상으로, 또는 반에반값 할인을 해서 나누어 주었다가는 당장 모국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게 뻔하다. 빨갱이 나라 세운다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애국자가 너무 많다.

어떻게 하면 믿을 만한 땅 한 뙈기 없는 그곳에 카인의 후예들인 우리나라 사람들을 데려가 나라를 세울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대단한 기술을 가진 기업의 찬조를 얻어 언제 바다가 될지 모르는 빙하 위에 수륙양용의 거대한 돔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만사 오케이다. 겨울에는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여름에는 살랑살랑 물결 치는 바닷물 보트놀이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 북극이 일년에 비가 평균 100mm도 오지 않는 한랭사막이라는 건 아시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는 바다며 얼음뿐이니 석탄이 있을 리 없고 저 바다 밑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나 퍼내서 때워야 한다. 얼음을 물로 만들 연료를 구하는데도 남극과는 달리 삽이나 곡괭이 같은 원시적 장비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남극공화국을 구상할 때는 여기서 함께 갈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면 펭귄이라도 국민을 삼겠다 했건만 북극에는 그마저도 없다.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이나 북극여우, 북극늑대를 국민으로 삼아 언제 인구를 늘릴 수 있겠느냐 말이다.

단 한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북극해에 그나마 흔한 바다코끼리나 바다사자도 국민으로 편입해 들이는 것이고, 그러자면 또 첨단 유전학의 도움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얼음덩어리 위에서 한 해 내내 살 수 있도록 유전자 변형을 꾀해 주는 것이다.

결국,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해 보건데 북극에서 나라를 세우려면 이 고상한 이상에 공명해서 적극 협력, 기술도 자본도 제공해 줄 국내 굴지 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 하겠다. 혹시 그런 기업이 없는지, 아시는 독자 제위께서는 하시라도 제게 연락 주시면 크게 후사할 것임을 약조 드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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