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70년대 포항 풍경 수채화 50점 내년 1월 전시회서 공개
한국 수채화의 거목 이경희 화백(88)이 수채화 작품 50점을 포항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이 화백은 21일 오전 9시 포항시장실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과 포항시 국장급 간부 공무원, 지역문화예술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증식을 가졌다.
이 화백이 기증한 작품은 195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의 구룡포, 죽도시장, 송도해수욕장 등 포항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모두 근대 포항의 풍경을 엿 볼 수 있어 문화유산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포항시립미술관이 기증받은 작품은 이 화백 특유의 간략한 묘사와 경쾌한 채색이 돋보이는 1950년대 후반 작품들에서부터 표현 형식에서 한 단계 진전을 보인 1960년대와 새로운 구성을 시도한 1970년대 작품들로 이 화백의 예술세계를 연구함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작품들이기도 하다. 이 작품들은 내년 1월 포항시립미술관 `이경희 수채화전`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 화백은 1925년 대구 출생으로 한학자인 조부와 서도(書道)에 관심이 많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글씨와 그림에 취미를 가지게 되었고, 공직생활을 하던 부친이 종종 사다 준 물감과 종이에 그림을 그리면서 화가의 꿈을 키웠다.
비록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했지만, 1949년 국전 첫 회에서 수채화 `포항의 부두`로 특선을 수상하면서 해방 후 한국 화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기할만한 점은 독학으로 수채화를 배운 그를 화가로 당당히 인정한 첫 국전의 심사위원이 이인성이었다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김영동은 이경희와 이인성 화풍의 공통점에 대해 “대상의 재현에 충실한 자세로 출발하지만 사실주의적인 묘사에 치우치지 않았고, 표현의 감각적인 면에서나 소재를 선택하는 뛰어난 개성으로 일찍 당대의 칭송을 받은 점이 서로 닮았다”고 평했다.
또한 평론가 이경성은 이경희의 수채화의 특징을 요약하면서 `속도 있는 선으로 표현된 정확한 대상과 다양한 선들의 통일`을 첫째로 언급하고 그것과 함께 `독특한 체질의 색감`을 들었다.
이 화백의 작품의 뿌리는 사생(寫生)이다. 이 화백은 모든 작품은 현장에서 직접보고 사생한 것에 기초해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 대개 그의 작업은 밑그림 없이 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먼저 충분한 양의 사생을 거친 다음 완성시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화백의 수채화의 특징은 수많은 사생 작업과 그것을 기초로 이뤄진 `정선된 선과 감각적인 채색의 명랑성` `활달한 필력`으로 요약된다. 이는 `자연사실(自然寫實)의 탐구`를 강조한 이인성의 충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경희 화백은 개인전 50여회, 국전 특선을 비롯해 9회 입상, 국전 추천작가 12회, 국전 초대작가 8회, 국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대통령교육표창(1962년), 금복문화예술상(1991) 등을 수상했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