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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나무 열매

등록일 2014-09-03 02:01 게재일 2014-09-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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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현 명
아내가 숲길에서 품고 온

단단하나 안으로 걸어 잠그고 둥글게 웅크린

그래서 단단한 새알 같은 열매

커다란 접시위에 놓았더니

제법 향을 내어 거실 가구들이 킁킁댄다

잊혀 질만큼 해가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바람이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아이의 손끝에서 그만 퍽 바스라졌다

아니 그건 피어났다

수천 개의 날개를 단 머리들이 접시에 수북 붕붕대었다

그걸 아이는 폭탄이라고 했다

그걸 아내는 꽃이라고 했다

저렇게 수많은 걸 한 몸이라 생각하다니

꽃잎들을 다시 숲으로 가져가서 흩어주어야겠다

하나하나의 몸에서 수많은 폭발이 일어나겠지

무수히 많은 길을 내는 생명의 꽃무리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따스하기 그지없다. 아내가 숲길에서 품고온 새알 같은 열매 하나에 머무는 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은 조현명 시인의 태생적 무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소외되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에 다가가서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고 뜨겁게 호명함으로써 숨결 고운 한 생명체로 일으켜 세우는 특별한 생명의식이랄까 시적감각을 조현명 시인의 다른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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