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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과 영일만관광단지

등록일 2014-08-18 02:01 게재일 2014-08-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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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정부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15조원의 투자로 1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이 대책은 `서비스산업의 족쇄인 규제`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규제완화와 메디텔(병원과 연계된 호텔) 허용은 `의료 영리화로 미국식 의료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과 충돌하고 있고,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 건설은 사행산업을 유치한다는 견해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한강 개발계획은 `자연환경보호와 자연성회복`이라는 주장과 충돌하고 있고, 학교 인근 관광호텔 허용은 유해 교육 환경을 만든다는 주장에 묶여있다. 그래서 공론의 장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갈등조정기구를 만들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필자는 `보건의료 분야 투자 활성화` 처럼 그야말로 뜨거운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은 정말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사안도 있다고 본다. 일례로 유흥시설이나 사행행위 공간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을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 내에서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진흥법이 그렇다. 투자유치와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는 관광진흥법 처리가 시급하다는 게 정부입장이지만 유해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론의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크루즈 법과 마리나 항만법도 전격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규제완화를 통해 해양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크루즈 법은 국민정서와 상충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좀 다른 차원에서 볼 필요도 있다. 마리나 항만시설에 주거시설을 허용해 민간투자를 이끌어내서, 레저 산업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마리나 항만법도 마찬가지다. 해상안전을 위한 제대로 된 조치가 마련되지 않아서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제 정부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영일만관광단지 조성계획을 보기로 하자. 덕성여대 법인인 덕성학원이 지난 7월 28일 포항시와 영일만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항의 미래 관광산업을 이끌어갈 영일만관광단지는 오는 2021년까지 호미곶과 구룡포, 동해면 발산리 일원에 복합관광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 덕성학원은 5천 4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세계적 일출명소`를 목표로 하는 영일만관광단지는 `경유형 관광지`가 아닌 `체류형 관광지`를 지향한다. 21세기 고령화 사회에 부응하는 건강 리조트와 시니어타운을 마련하는 한편으로, 젊은이들을 위한 워터파크와 캠핑장, 레저스포츠 시설도 구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1단계 사업기간동안 호텔건립과 부대상업시설 건설, 시니어타운과 힐링 센터 조성에 4천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항시와 시의회는 규제문제뿐만 아니라 영일만관광단지 개발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지역민과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하는 데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덕성학원 관계자는 투자자 유치나 개발에 따른 위험요인을 철저하게 분석·관리해서, 8천명여명의 일자리창출과 1조 3천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이 되게끔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관광단지 개발이 호미곶 일대 지역민들의 삶에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민과 머리를 맞대고 교통인프라확충에서부터 생태환경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일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도 공론의 장에서 `개발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만 한다.

영일만관광단지 조성은 `포항의 미래 먹거리 창출`과 긴밀하게 연관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포항시와 덕성학원은 포항과 경주, 동해안 일대만 아우르는 복합관광단지로 영일만관광단지를 개발해선 곤란하다. 해외에서 관광객이 들어올 뿐만 아니라, 해외로 나갈 관광객을 묶어둘 수 있는 `매력적인 복합관광단지-세계적 일출명소`로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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