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지루한 장마가 이어 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름과 함께 찾아오는 국지성 장대비는 생활공간에 눅눅한 기운과 함께 습한 환경을 만들어낸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장마철만 되면 이러한 생활의 불편함 중에서 곰팡이 균으로 인한 문제는 여러 가지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햇볕이나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주택에서는 습기로 인해 생겨난 곰팡이 균들이 건강을 위협하기도 해서 각별히 주의가 요구되기도 한다. 입다가 벗어놓은 옷가지에서부터 먹다 남은 음식물, 심지어 거실 한 가운데 걸어 놓은 그림액자까지 이러한 환경들은 장마철, 곰팡이들이 생겨나기 쉬운 요소들이라 말할 수 있다. 특히 장마철에 고가의 미술품을 소홀히 관리해 생겨난 곰팡이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한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갤러리로 그림을 직접 들고 오는 경우도 생겨난다. 이처럼 여름철 장마나 습기로 인해 생겨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술품의 올바른 관리와 보관법에 관해 다시 한 번 챙겨봐야 할 것이다.
그림을 손상 없이 오랫동안 감상하려면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관리법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습기가 높은 여름이나 낮은 겨울만큼은 그림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특히 습기가 많은 여름은 곰팡이 때문에 그림이 상하기 쉽고, 한번 곰팡이가 생긴 그림은 원상태로 회복하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에 그림에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들이다. 곰팡이는 섭씨 23℃, 습도 70% 이상에서 잘 생기므로 시중에 나와 있는 가정용 제습기나 제습기능이 있는 에어컨을 이용해 습도와 온도를 조정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그림을 여러 점 함께 겹쳐서 보관하다 보면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습기가 많은 창고나 사무실에서는 그림을 펼쳐서 공기가 자연스럽게 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숯이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습용품을 함께 두어 한시적이지만 습기를 적절히 제거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장마철이 끝난 다음, 공기가 통하는 서늘한 곳에 그림을 내놓고 바람을 통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이때 부드러운 솔이나 붓으로 그림 위의 먼지를 털어 주거나 유리액자에 들어 있는 그림은 액자를 벗겨 바람에 노출시키는 것이 곰팡이 균에서 미술품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혹시나 습기로 인해 눅눅해졌다고 해서 드라이어로 말리거나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시키는 일은 절대 삼가 해야 한다.
특히 한지로 제작된 한국화 액자나 병풍은 곰팡이 균에 약하므로,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하는데 일단 생겨난 곰팡이는 가정에서 완벽하게 제거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가까운 표구사나 액자가게에 곰팡이 제거를 위해 수리를 의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초록빛을 띠며 생겨난 곰팡이를 붓으로 털었다고 해서 그 곰팡이가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 습한 환경이 다시 만들어지면 제거된 것으로 알았던 곰팡이들은 다시금 번식을 시작하게 된다.
미술품은 그 가치의 높고 낮음을 떠나 소중하게 관리하는 습관이 미술과 좀 더 친숙해 지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번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벽에 걸어 두었던 그림액자들을 모두 내려서 먼지도 제외하고 습기로 인한 곰팡이가 생겨나지 않았는지를 찬찬히 살펴보는 여유를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