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마무리 프로그램으로 국립 대전 현충원을 참배했다. 어쩌면 많은 국민들은 현충원을 정치인들의 정치 쇼 장소 정도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절대 그런 일이 없기를, 또 국민들을 그렇게 만든 언론계의 자성을 바라며 현충원 앞에 섰다. 비록 시커먼 양복은 아니더라도 교사로서의 품의를 손상시키지 않을 복장으로 연수생들은 현충원 앞에 도열했다. 안내를 담당하는 현충원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열을 갖췄다. 뉴스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이라 조금은 거부감이 갔지만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안내에 따랐다. 줄을 맞추면서 중등 1정 교사 연수와 현충원의 관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정치인들이 현충원을 찾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당신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당신들께서 목숨으로 지키신 이 나라를 이끌어갈 우리 청소년들을 목숨 바쳐 가르치겠다는 다짐의 자리라는 큰 뜻을 이해하면서 다른 연수생들을 살펴보았다. 모두들 필자와 생각이 비슷한지 엄숙한 표정이었다. 표정에서 결연한 의지까지 읽을 수 있었다. 현충탑 분향 후, 묵념을 했다. 분명 지금까지의 묵념과는 달랐다. 묵념이라는 안내자의 말에 묵념이 아니라 기도가 이뤄졌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히 살겠습니다”
현충원 참배 후 충북 Wee 스쿨 `청명학생교육원`을 견학했다. 대안 교육을 하고 있는 필자이기에 연수 프로그램을 처음 받고 제일 기대했던 프로그램이었다. 학교 부적응에 의한 중도 탈락 학생 수가 매년 증가 하고 있고,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 지원` 등 위기 학생들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들이 마련되고 있기는 하나 그 숫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도 탈락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잠재적 위기 학생`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인성교육, 자유학기제, 선행학습 방지법 등 공교육으로부터 마음 떠난 교육수요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이 계속 되고 있지만,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밑바닥에서 여전히 움직일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다. 대신 학교폭력, 학생 자살 등 교육 불신을 나타내는 수치는 급상승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수치가 `학교 밖 청소년` 수치다.
`청명학생교육원`은 바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되기 전단계의 학생, 즉 위기 학생들의 재활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다. 교육원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필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규모나 시설 면에서 여타 대학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대학 규모의 시설에서 40명 안팎의 학생이 수업을 받는다는 말에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무상으로! 선진(先進) 충북 교육이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경북교육청의 대안 교육 지원 정도를 생각해 보았다. 에휴!
시설을 둘러보는 내내 필자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어렵게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대안 학교 학생들이 떠올랐다. 중학교 교육은 의무 무상교육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학교 설립 인가 조건`이라는 문구에 묶여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급식비는 커녕 교과서도 학생들이 사야 한다. 일반 학교에서는 교육복지사업비 등 돈이 남아돌아 문제인데, 어떤 학교는 모든 것을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 불편한 진실을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것이 교육 역차별이 아니고 뭘까. 복지가 최우선인 이 사회에 교육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이 많다는 걸 대통령은 아시는지.
최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그런데 학교안 위기 청소년, 즉 잠재적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 소식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학교 밖 청소년을 줄일 수 없다. 학교 밖 청소년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잠재적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관리부터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경상북도 의회에 강력히 건의한다. `잠재적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교육비 지원 조례`를 하루 속히 제정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