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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인들의 특별한 휴가

등록일 2014-07-31 02:01 게재일 2014-07-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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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매년 이맘때면 여름 휴가철이 절정에 이른다. 스위스도 예외가 아니라서 8월 전후로 불꽃과 축포놀이 등 휴가철의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일은 스위스 건국일로 19세기 말 우리, 슈비츠, 운터발덴 등의 3개 칸톤(주) 사람들이 이맘 때 외세의 침입시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한 협약에서 비롯된다. 그 협약이 동맹의 시작과 동시에 건국의 기원으로 여긴다. 현재 26개의 칸톤으로 구성된 스위스는 조그만 나라지만 그래도 연방 공화국인 것이다.

스위스는 8월1일부터 정치, 문화계 등 각 지방에서 유명한 인물의 연설이나 합창, 경기, 국가 부르기 등의 행사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보덴호수에서 벌어지는 대형 축포놀이는 유명하다. 이 호수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3개국이 서로 소유국인 커다란 호수다. 스위스의 건국을 기념하는 축제지만 인접국인 독일도 참여한다. 축포놀이를 즐기기 위해 스위스와 독일 각지에서 모인 자동차 행렬은 대낮부터 이어지는데 인근 도시의 교통이 마비돼 버릴 정도다.

일몰 직후 시작되는 보덴호수의 축포는 지구의 평화를 상징하는 모형, 보덴호수의 영원함을 상징하는 모양 등 갖가지 형상을 만들며 상공에서 춤추다 호수로 내려 내려앉는다. 독일 쪽의 호수에서, 스위스 쪽의 호수에서 번갈아 고공 축포가 쏘아진다. 호숫가며, 인근 언덕에서 각각의 장소에 마련된 연회장에서 그리고 호수의 배위에서 화려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보덴호수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최근에는 스위스의 상징이자 국기인 빨간 바탕에 흰 십자가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축제를 즐기는 스위스인들도 많아졌다. 우리의 붉은 악마를 연상시킨다. 중립국으로 누렸던 가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금, 스위스인들은 또 다른 정체성을 위해 가치혁신에 몰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 등의 강국에 둘러싸인 유럽의 지정학적 위치뿐만 아니라 복잡한 국제역학 속에서도 최고의 나라를 만들고 있는 작은 나라 스위스는 지정학적 여건으로 보면 우리 한반도와도 많이 닮았다.

십자가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십자가의 축포놀이로 온통 하나의 스위스를 만들어낸다. 똘똘 뭉친 그들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들은 단순한 축제놀이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간파할 수 있다. 스위스는 스위스인의 자존심을 마치 살아있는 광고탑처럼 십자가에 실어 하늘 높이 올리고 있다. 십자가가 선명하게 새겨진`Swiss made`의 명품은 시계 외에도 1천여 종류가 넘는다. 휴대용 칼 `빅토리아녹스`, 동그란 초콜릿 `린트 스프링귈리`, 압력냄비 `쿤 리콘`, 치즈 `스브린츠`, 건강음료 `바이오 스타라트`, 생수 `하이디 란트`, 군용향수 `벤거`…. 모두 열거할 수는 없을 정도다. 축제에 참여하는 그들의 얼굴과 팔에도 스위스의 명품을 상징하는 십자가 문양이 그려져 있다.

오늘날 십자가는 퇴색된 중립국 대신에 스위스의 명품이라는 의미로 대체되고 있다. 스위스의 건국과 광복의 축포놀이는 바로 시민 마케팅이자 스위스만의 이미지마케팅인 것이다.

유럽의 강국들 틈새에서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세계 부국이 된 스위스, 아름다운 자원경관을 가졌어도 실제로는 빈궁하기만 한 지하자원들, 우리 한반도와 정말 닮은 점이 많은 나라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 스위스는 공평하면서도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으로 인력자원을 개발, 그들만의 성장 동력으로 깔면서 최고의 명품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국민모두가 한 몸이 되어 세계시장의 홍보대사가 되고 있다.

통합되고 소통된 사회에서 진정한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가지며 이웃가 하나가 된 스위스. 휴가철 축제에서도 이처럼 많은 의미가 함축된 데는 그 나라만의 장점인지 요즘 같은 복잡한 한반도 정세와 비교하면 그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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