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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국제불빛축제·바다국제공연예술제에 부쳐

등록일 2014-07-21 02:01 게재일 2014-07-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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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다양한 축제, 제식, 공연을 총괄하는 의미에서의 카니발, 다시 말해 미하일 바흐친이 말하는 카니발에서는 모두가 적극적인 참가자이다. 여기서 카니발은 관조하는 것도, 공연하는 것도 아닌 `소멸과 갱생의 파토스가 교체하는 시간의 축제`이다. 뜬금없이 러시아 문예학자 미하일 바흐친의 카니발 개념을 들고 나온 이유는 제11회 포항국제불빛축제와 제14회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에 대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국제불빛축제는 문화관광 우수축제이자 국제축제로서 그 위상에 맞는 품격을 유지해 왔다. `보는 축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카니발적 형식을 띤 `불빛 퍼레이드`나 `거리공연` 확대로 시민참여축제 성격을 강화해 나가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또 `연오랑 세오녀 탁본찍기` 체험행사와 해변스포츠축제, 배드민턴 대회 등 부대행사는 `보는 축제`의 한계를 극복해주는 시민참여행사다. 그런데 이제 다른 시각과 입장에서 포항을 대표하는 축제와 공연예술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축제와 공연예술제 효과를 극대화 해 문화관광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7월말 8월초 성수기에 포항국제불빛축제와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가 겹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주말 관광객만큼이나 주중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성수기 관광객만큼이나 비수기나 준성수기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차원에서 보면, 장마철 이전으로 포항국제불빛축제를 앞당기고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는 지금처럼 하고 뒤이어 칠포재즈페스티벌을 개최하면 어떨까? 1개의 축제와 2개의 공연이 맞물리면서 테마문화관광 성격을 띤 관광 상품 개발도 늘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2001년 7월 제1회 포항바다연극제 개최를 시작으로 해서 2002년 7월 제2회 때부터 포항바다국제연극제로 격상돼, 부산국제연극제나 거창국제연극제에 버금가던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2012년부터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로 개명했다. 그리고 점점 그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왜? 필자는 포항국제불빛축제의 연계행사로서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가 거의 같은 기간에 진행돼서 그렇다고 여긴다. 부지불식간에 포항국제불빛축제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는 걸 돕는 행사 정도로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가 인식되면서, 서서히 그 독립성과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포항을 대표하는 축제와 공연예술제 모두를 어떻게 하면 살려낼 수 있을까? 이강덕 포항시장이 선거공약으로도 제시한`포항문화재단 설립`이 해결책들 중의 하나다. 포항문화·예술 비전을 새롭게 수립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포항문화재단을 하루라도 빨리 설립하자. 그래서 문화·예술 공연기획의 체계화와 일원화된 평가시스템으로 콘텐츠의 내실화를 꾀하자. 긴 호흡으로 문화·예술 공연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으로, 지역에서도 문화·예술 행정가를 양성해보자. 서울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을 참조해서 전략기획팀, 문예진흥팀, 대외협력팀, 축제1, 2팀, 경영관리팀, 홍보팀, 문화교육팀을 두는 방안도 고려해보자. 아울러 필자를 포함한 모두는 문화·예술 공연 관람에 제 값을 지불해야 한다. 공짜표에 대한 기대를 떨치고 공연장 구축에 재원을 보태줘야 한다. 영일만 백사장과 어촌, 동빈내항과 포항운하를 작품배경으로 하는 `장소 특정형 공연`을 위한 공연장과 해안과 포항운하를 따라 둥지를 튼 소극장은 포항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문화인프라임을 기억하자.

필자는 세계슬라브학회 산하 유라시아-동아시아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다가 삿포로눈축제를 본 것과 유학시절 백야축제에 간 게 국제축제 경험의 전부다. 그래도 포항을 대표하는 축제와 공연예술제의 `지속적 성공`을 소망하고, 많은 이들이 `소멸과 갱생의 파토스가 교체하는 시간의 축제`를 향유하길 바라는 맘에서 이런저런 말을 한 것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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