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문가치포럼`이 최근 안동에서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국내외에서 130여명의 석학들이 참여했고 포럼기간 중 연인원 1만여명이 이곳을 찾아 유교문화의 재조명을 통해 지구촌의 문명 간 융합과 소통을 했다.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은 일명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처럼 훗날 세계적인 포럼을 꿈꾸고 있다는 점과 유교문화의 가치가 바로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필자가 여러 번 언급했듯이 스위스의 다보스포럼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세계의 정상급 인사와 정치, 경제계를 주름잡는 쟁쟁한 인사들이 참여하지는 않았다. 다보스포럼은 독일 태생으로 스위스 연방공과대학에서 공부했던 클라우스 슈바브 박사가 하버드대학 교수시절에 심포지엄 형식으로 출발한 모임이었다. 슈바브 박사는 1971년 유럽 경영인 심포지엄(EMS)을 개최했을 당시 유럽의 기업인들과 미국의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들이 산업 이슈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던 자리 정도였으며 유럽 경영인들이 친목과 근황을 묻는 사교모임으로 출발한 성격이 짙었다. 이후 참가자들의 저변을 확대하고 좀더 격의 없이 자유롭게 토론에 참여하는 성격을 강화하고자 `유럽 경영인 포럼(EMF)`으로 명칭을 바꾸게 된다. 그 이후 유럽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국가로 참여 범위를 확대해 나갔고 경영이나 산업 분야 뿐 만 아니라 범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는 `세계경제포럼(WEF)`으로 거듭 태어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1981년부터 세계경제포럼이 스위스 산골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면서 다보스포럼이라 불리기 시작했으며 오늘날 그야말로 세계를 움직이는 포럼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다보스포럼이 경제 포럼으로 불려지고 있지만 실상은 글로벌 정치적인 성격을 동시에 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다보스포럼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인 시장경제체제에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존 시장경제 철학의 위기를 진단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우선시 되는 기업의 이윤만이 전부가 아니라 세계적인 공익문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재조명하면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기준(New Normal)을 재정립하는 또 다른 패러다임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필두로 하는 아시아의 부상 및 인본을 위주로 하는 유교문화와 인문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도 세계 경제의 불평등 심화와 함께 세계적 공익을 염두에 둔 `세계의 재편`이었다.
지난주 안동에서 막을 내린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의 선언문에서 영국 런던대의 마르티나 도이힐러 교수는 “인류발전의 역사적 경험을 성찰하고, 축적된 지식과 지혜의 바탕을 재계발함과 동시에 인간 본성과 주체성 회복을 추구하기 위해 모였다”면서 앞으로 “유교의 가르침을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재해석해 인류의 다양한 문명 간 소통과 창조적인 융합의 도모를 천명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인문포럼에 참석한 미래학의 거장 짐 데이토 미국 하와이대 교수도 18~19세기까지 서양에선 개인주의가 극심해 개인에게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줬지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는 사라져 버렸다며 단체를 하나로 결속하는 능력이 부족했음을 꼬집었다. 반면 유학은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데 아주 훌륭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 사회에서는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공동체를 하나로 묶기 때문에 각자 더 책임과 성실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 및 유교문화는 경북의 4대 정신 중의 하나인 선비정신과도 그 맥이 닿아 있다. 안동에서 열린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이 세계를 향한 힘찬 출발의 씨앗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