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대인배상 가입않아 차주·대리기사 책임<BR>기사에 年 100만원 보험료 걷는 업체 담합 의혹
회사원 장모(32)씨는 최근 회식자리를 가진 후 대리운전을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대리운전 기사와 함께 집으로 향하던 장씨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몰랐던 사실을 듣게 됐다. 음주운전 단속과 사고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대리기사를 부르지만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대인에 대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리운전기사로부터 듣게 된 것. 불안감에 휩싸인 장씨는 술을 마실 때마다 차를 놔두고 택시를 타야 할지, 차를 집에 주차해놓고 택시를 타고 술자리로 가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처럼 포항지역 대부분의 대리운전기사가 보험에 가입했지만 대인배상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아 사고시 이용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리운전 기사들은 1천여명에 이르며, 보험과 관련해 대리운전자들이 대리운전 업체간 담합을 제기하고 있어 당국의 진상조사를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대리운전 기사 이모(45)씨는 “대리업체가 대리운전 기사들로부터 보험비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금액은 1년에 74만원에 이른다”며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 시 대물만 처리할 수 있고 대인은 차주 보험이 처리하도록 하고 있어 차주의 차량이 대포차량이거나 대리기사가 돈이 없을 경우 철창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대리운전 업체는 대리운전 기사들로부터 교통사고 시 대물과 대인 모두를 보험 처리할 것처럼 보험비를 받아놓고 대인을 제외시켜 놨다는 것.
대리운전 교통사고로 차량이 파손될 경우 차주는 본인 차량과 상대 차량의 수리비를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자동차보험이 제공하는 차량가치 하락과 영업손해, 렌터카 이용료를 보장받지 못한다.
특히 대인에 대한 보험 적용의 경우 차주의 신체적 피해는 대리운전업자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지만 제3자가 다칠 경우 일차적 책임은 차주의 책임이 된다. 대리운전업자보험 대부분이 차량에 대한 수리비만 보장할 뿐 사람의 신체 피해는 보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2월20일부터 3월20일까지 한 달 동안 대리운전 기사 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대리운전업자보험이 혜택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며, 월평균 10만원(연 118만7천원) 정도를 보험료로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리운전 기사 김모(39)씨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대인에 대한 피해는 보상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대리운전기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직장인 대리운전을 내팽개칠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스스로 조심해서 운전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