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치에서 서로 다른 정파가 연합해 하나의 정부를 구성하는 프랑스의 동거정부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과 제휴나 연립, 연정(聯政) 뜻하는 독일의 `코알리치온`(Koalition)을 언급한 적이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오래된 이런 서유럽의 정치시스템은 권력 집중을 견제하면서도 공통분모를 찾아 생산적인 상생과 공존을 모색하라는 유권자들의 민의가 함축된 결과물이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창출이기에 선거에서는 정당들이 치열하게 싸워야 하겠지만 선거후엔 유권자들의 삶과 일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며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는 7월, 새 출범을 앞두고 각 우리 지자체 당선자들도 프랑스의 `코아비타시옹`과 독일의 `코알리치온`(Koalition)을 연상케 하는 포부를 밝히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에 이어 기초단체장 당선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3선에 성공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 경북 발전의 새로운 에너지로 승화시키겠다”고 약속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경기도에서 여야 통합을 실천하기 위해 야당 인사를 사회통합부지사에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도 야당후보로 출마했던 출마자에게 도정(道政)인수위원회에 해당하는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기초단체장 당선자들도 마찬가지다. 포항의 자존심을 세우고 새로운 포항을 건설하겠다는 이강덕 포항시장당선자는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야당 및 무소속 후보에게 포항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 주기”를 부탁했다. 또 경북의 역사적 과업인 신도청시대를 열어갈 권영세 안동시장 당선자도 “더 좋은 안동의 미래를 위해 세 후보자들의 뜻과 공약을 함께 담아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당선소감들은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며 쌍방이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는 재임기간 동안 줄 곧 시민들이 지켜보며 평가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견제와 균형도 필요하지만, 어쨌든 무지막지한 대립 보다는 한 걸음씩 타협과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염원이 축적되고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정책선거로 물꼬를 트게 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착근 되려면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우선 언론의 노력도 절실해 보인다.
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정치판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탓도 있다. 정치인이 헛기침 한번 하면 정치공학이라는 이름으로 그 진의와 숨은 뜻을 해석하려고 방정식 풀듯이 언론들이 연속적으로 집중 조명해 나간다. 아슬아슬 하기도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들이 과연 모두 생산적인 것인지는 언론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낯익은 단어도 여과 없이 언론들이 마구잡이로 인용하고 있다. 되짚어 보면 `선거의 여왕`인 당사자도 그리고 유권자 모두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단어임에 틀림없다. 정책선거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고 유달리 정(情)이 많은 우리들이긴 하다. 하지만 `선거의 여왕`이 등장했다고 아무 생각 없이 유권자들이 몰표를 준다는 뜻인가. 민도(民度)가 높다는 우리 유권자에게 차마 할 얘기가 아닌 것이다.
서유럽국가들의 연정을 연상케 하는 상생과 타협을 향한 우리 지자체장들의 정치적 노력은 일단 높이 평가해야 한다. 언론과 유권자들의 인내와 노력 역시 필요한 것들이다. 정치는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정당과 이념이 달라도 진정한 정치는 더 나은 시민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상생과 타협을 위한 정치인들의 행보는 흥미와는 거리가 멀다. 꾸준하게 관찰하고 평가할 일이다. 유권자도 그리고 언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