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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비타시옹`과 `코알리치온` 그리고 상생

등록일 2014-06-05 01:33 게재일 2014-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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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6·4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막을 내린 것은 선거일뿐 유권자와 시민을 위한 진정한 당선자와 낙선자의 행보는 지금부터일 것이다. 여야가 따로 없다. 유권자와 시민이 바라는 것은 한 가지. 빨리 당리당략을 버리라는 것이다. 선거라는 게임에는 어차피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정치는 국민과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이긴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선진정치로 뻗어가기 위해서 승자와 패자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얘기다. 협력과 상생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살펴보면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 중앙집권국가에 해당하며 독일은 지방분권제도가 잘 발달된 연방국가에 속한다. 프랑스의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기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프랑스의 총리는 의회 다수의석을 점한 당에서 선출되는 구조를 가진다.

이에 비해 독일의 대통령은 연방의회에서 선출되며 대외적으로 단순히 독일을 대표하는 정도의 권한만을 가진다. 그에 반해 철저한 내각책임제를 운용하는 독일이기에 총리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하지만 두 나라의 총리는 주로 의회에서 연립내각을 구성한다는 전제하에 다수당에 의해 간접선거로 선출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나라는 다양한 이념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유권자의 다양한 선택을 위해 다당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사생결단을 하듯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당중심제의 우리나 미국과는 달리, 두 나라는 연립내각을 구성하며 연합과 제휴 등을 통해 다양한 정당들이 공존한다.

프랑스의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이 좋은 예다. 코아비타시옹이란 프랑스어로 한 지붕 밑에서 살아가는 동거를 뜻한다. 정치에서는 좌우 서로 다른 정파가 연합해 하나의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프랑스에서 좌우 동거정부가 탄생한 것은 1981~1995년까지 프랑스 대통령을 역임한 좌파 사회당 미테랑 대통령이 우파인 공화국연합 시라크 당수를 총리로 지명하면서 부터다. 사회당이 인플레, 실업자 증가 등 경제정책에 실패함에 따라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1986년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다수당으로 승리하면서 좌파 미테랑 대통령과 우파 시라크 총리로 된 동거정부, 코아비타시옹이 시작된 것이다.

독일의 `코알리치온`(Koalition)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코알리치온은 독일어로 제휴나 연립을 뜻한다. 선거 후 어느 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득표율이나 정책의 일관성 유지 등을 고려해 정당끼리 제휴나 연립을 통해 내각을 구성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정(聯政)이다.

이런 서유럽의 시스템들은 권력 집중을 견제하면서도 공통분모를 찾아 상생과 공존을 모색하라는 유권자들의 염원과 민의가 담긴 정치적 선택에 의한 것이다.

코아비타시옹이나 코알리치온은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6·4지방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이와 유사한 형태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서울이나 광역단체의 경우, 법적인 제도적 틀이 갖춰져 있지 않지만, 시장과 구청장은 당이 다른 여야가 섞여 있기 때문에 코아비타시옹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정치선진화와 시민을 위한 진정한 상생과 공존을 위한 노력이다. 승자와 패자, 여야가 따로 없는 것이다.

시민들은 지켜 볼 것이다. 확성기와 함께 재래시장을 연례행사처럼 다니며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은 주위에 깔려있다는 것을. 그러나 선거가 끝나도 평소 진정 시민을 위한 상생과 공존을 고민하는 정치인들은 쉽게 보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에 의한 선거혁명은 생각보다 빨리 닥칠 수 있음을 정치인들은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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