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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아시아로의 선회정책과 오바마 독트린

등록일 2014-06-02 02:01 게재일 2014-06-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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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아시아로의 선회정책은 금년에 가장 핫 이슈가 됐는데, 그것은 물론 정치적 이유때문이지요.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인 동시에 유럽 국가라서 그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 분명하게 경제이동(economic shift)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바마 독트린은 아태지역부터 동유럽까지 미국의 안보보장능력에 불안을 느끼는 동맹국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

첫 번째 인용문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 참석했던 데이비드 그레이(PwC 러시아 지사 경영파트너)의 말이다. SPIEF 참가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문제는 `푸틴의 아시아로의 선회정책`이었는데, 이들 다수는 러시아가 아시아 국가인 동시에 유럽 국가이기 때문에 `아시아로의 선회`라는 말을 과장해서 다룰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2년 전에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 기고문에서 “우리는 미래 러시아의 성공과 시베리아·극동지역 발전을 보장하는 데 아시아·태평양 공간으로의 전면 진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21일 푸틴의 상하이 방문 중에 체결된 러·중 천연가스공급 계약은 아시아·태평양 공간으로의 전면 진출이자, 푸틴이 2년 전 APEC정상회의 개최 당시 발표한 내용들을 현실화 한 일대 사건인 셈이다. 앞으로 30년 동안 유효한 두 나라 협정에 따라 중국이 시베리아 동부의 가스전 개발을 재정지원하기로 했다. 생산량 대부분은 중국으로 가겠지만 나머지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운반된 후 액화천연가스(LNG)선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공급될 전망이다.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는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보다 먼저 아시아 가스시장에 진출한 러시아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상까지 흔들려고 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협정에 따른 자금거래의 상당부분을 달러화가 아닌 루블화와 위안화로 결제한다는 계획이다. `푸틴의 아시아로의 선회정책`의 상징인 러·중 천연가스 협정 체결은 이래저래 오바마 정부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인용문은 시사 주간지 `타임`의 `오바마 독트린`에 대한 비판적 언급이다. 오바마는 지난 5월 28일(현지 시각) 집권 후반기 신(新)외교정책인 오바마 독트린을 발표했다.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자제하면서도 동맹국지원과 교육,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테러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지역분쟁에 대처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미국이 최고의 망치(군사력)를 가졌다고 해서 모든 문제에 대해 못 박을 필요는 없다”는 오바마의 발언은, 최소한의 군사개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오바마가 아시아 중시 정책을 표방하면서도 북핵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해야만 하나? 미국의 안보보장능력에 불안을 느끼는 동맹국들은 저비용으로 `세계의 맏형` 노릇을 하겠다는 미국이 못마땅하다.

이 와중에 북·일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가고 일본은 이에 맞춰 일부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패권확장에 대한 전략 부재를 의식해 `오바마 독트린`을 발표하기가 무섭게 그 다음 날 일본은, 사전에 충분한 논의도 없이 북한에 대북제재 완화 방침을 합의해 줘 미국을 불편하게 했다. 한·미·일 대북공조에 균열을 일으켜 고립을 피하고자 하는 북한을 이용해 한·중 견제에 나서는 일본이 불편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푸틴의 아시아로의 선회정책`과 관련된 러·중 밀월에다가 `북·일 교섭 상황`까지 지켜봐야 하는 게 지금 미국의 처지다. 미국은, 힘을 뺀 걸까? 힘이 빠진 걸까?

우리는 `푸틴의 아시아로의 선회정책`과 `오바마 독트린`이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해야 한다. 현재 우리 외교·안보의 두 축인 국가정보원장은 검증 중이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정된 상태다. 매우 유동적인 동북아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외교·안보라인을 통해 `한반도 통일의 꿈`으로 한 발 더 다가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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