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아재` 유순하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332쪽
대상작 `바보아재`는 애초 죽음을 주제로 한 연작소설의 첫 번째 작품으로 기획돼 쓰인 작품이며, 이어지는 8편의 단편들은 다양한 죽음을 포착하고 인간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표제작 `바보아재`와 연작소설들은 작가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순간부터 줄곧 구상해 30여년간 죽음이라는 화두를 정리한 작품이다. 그래서 부제를 `죽음을 주제로 한 연작소설`이라 했다. 작가가 오랫동안 이렇게 죽음에 대해 천착한다는 것은 기실 삶의 열망에 대한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순하의 `바보아재`는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삶을 어떤 의미와 자세로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번 연작소설에서 작가가 바라본 죽음의 풍경과 그 속에 얽혀 있는 삶의 갈등들은 어떤 양상으로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똥 싸는 시어머니`에서는 하루하루 시어머니의 죽음을 고대하며 사는 며느리의 시선이 그려지고 있다. 정신은 말짱하지만, 노쇠로 인해 대소변은 물론 끼니까지 떠먹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 뒷바라지를 모두 감내해야만 하는 며느리의 위선적 모습과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시어머니의 팽팽한 대립구도가 이 소설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 나가고 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화장하는 며느리의 마지막 장면은 죽음을 준비하는 자와 기다렸던 자의 전범을 보여주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태식이 엄마`에서는 젊을 때 유별난 색탐으로 인해 자식들과 멀어진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죽음의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찬연한 생명감을 탐닉한 한 인간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며, 그러한 집착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지 여실히 그려내고 있다. `공범`에서는 죽는 자의 모습이 아니라 죽인 자의 내면적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날, 비가 온 탓에 술 취한 행인을 차로 쳐 죽이게 된다. 당황한 주인공은 뺑소니를 치게 되고, 여러 날 죄책감과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된다. 결국, 자수를 통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심연에서 빠져나오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작품이 전개되며 그려지는 주인공의 긴장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