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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노예제부터 현대 인종차별까지 다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4-05-16 02:01 게재일 2014-05-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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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러비드`  토니 모리슨 지음  문학동네 펴냄, 476쪽
흑인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살아 있는 미국문학의 대모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빌러비드`(문학동네)가 출간됐다.

1987년 출간 당시 퓰리처상, 미국도서상, 로버트 F. 케네디 상 등 미국소설에 주어지는 거의 모든 명예를 얻은 `빌러비드`는 21세기에 들어서며 20세기 미국문학의 정전으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뉴욕 타임스에서 작가, 비평가, 편집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1980년 이후 최고의 미국소설` 1위에 선정됐고, 2008년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조사한 `하버드대 학생이 가장 많이 구입한 책`에서는 2위에 꼽혔다.

미국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흑인문제를 노예제에서부터 현대의 인종차별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룬 토니 모리슨은 `빌러비드`에서는 특히`여성 노예`에 초점을 맞췄다.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흑인들의 참혹한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편, 박탈당한 모성애를 되찾은 도망노예의 과격하고 뒤틀린 사랑과 그로 인한 자기 파괴를 이야기한다.

시대적으로도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남북전쟁 직후의 재건기로 거슬러올라간다. 노예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그들은 여성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에 성적 억압과 모성애의 박탈까지 삼중의 폭력을 겪어야 했다. 결혼은 불가능했고, 자식은 낳아야 했지만 부모가 될 수는 없었다. 제목인 `빌러비드`는 `사랑받은 자`를 뜻하는 말로, 주인공이 죽은 딸의 묘비에 새겨준 글자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사랑받지 못한 흑인 여성들을 애도하는 뜻이 담겨 있다.

1856년 1월, 켄터키 주의 한 여성 노예가 임신한 몸으로 네 명의 자식을 데리고 오하이오 강을 건너 신시내티로 도망쳤다. 우여곡절 끝에 친척의 집에 몸을 숨겼지만, 뒤따라온 노예 사냥꾼과 보안관의 추격에 끝내 붙잡힐 위기에 처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식을 노예로 살게 하느니 차라리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결심한 후, 두 살배기 딸의 목을 베었다.

`빌러비드`의 부분적인 줄거리이기도 한 이 실제 사건은 노예제의 비인간성을 방증하는 사례로 노예제 폐지 운동의 역사에 남은 실화다. 토니 모리슨은 이를 `빌러비드`의 모티프로 차용하면서, 어머니가 영아를 살해하게까지 한 노예 경험을 독자의 피부에 와 닿게 묘사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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