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410쪽
유 교수는 지난해 시리즈 출간 20주년을 맞아 일본편 1·2권인 규슈편과 아스카·나라편을 펴냈다.
최근 펴낸 `일본편 3권 교토의 역사`(창비)는 천년 고도 교토의 진면목을 살피기 위해 헤이안시대 이전부터 가마쿠라시대까지, 교토의 역사를 씨줄로 삼아 유물과 유적을 선보이는 한층 진화한 `답사기`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한반도 도래인의 문화를 토대로 발전시켜 오늘날 일본의 `국풍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현장감 넘치는 설명과 이미지로 그려낸다.
교토의 공간을 낙중(中)과 낙외(外)로 나누고 그 위에 일본의 역사를 따라가는 동선까지 고려해 설계한, 유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교토 답사의 미적분 풀이`인 이 책의 추천 코스를 따라가다보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교토 답사의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인간과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답사기` 본래의 읽는 재미까지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경주를 빼놓고 한국의 문화를 논할 수 없듯 교토를 빼고 일본을 말하기란 불가능하다. 교토는 일본 역사에서 1천년간 수도의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문화의 진수가 다 모여 있고, 일본미의 꽃이 여기에서 활짝 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위상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교토부(府) 전체에 사찰이 3천30곳, 신사는 1천770곳이 넘는다. 그중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만 해도 사찰이 13곳, 신사가 3곳, 성이 1곳으로 모두 17곳이나 된다. 이를 보기 위해 해마다 국내외에서 800만명이 모여들어 교토는 세계적인 역사관광 도시가 됐다.
유 교수가 교토를 찾은 이유는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일찍이 한반도에서 바다를 건너가 교토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추적함으로써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집필 의도를 책 곳곳에서 드러내 보여준다. 그 어느 곳보다 교토는 한반도 도래인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곳이다.
황폐한 교토에 댐을 세우고 수로를 만들어 비옥한 땅으로 일군 하타씨(秦氏)의 숨은 공로가 없었다면 헤이안쿄(平安京, 현재의 교토) 천도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일본 국보 1호인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있는 광륭사에는 신라계 도래인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당대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는 원효와 의상의 실물과 가장 가까운 초상화가 인화사에 보관돼 있다.
또 신안 해저 유물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복사는 수많은 보물을 실은 `신안선`이 목적지로 삼은 당대의 대찰(大刹)이었다.
이처럼 `답사기 교토편`은 교토를 단순히 관광지가 아닌 우리의 역사가 함께 어우러지는 친숙한 곳으로 바꿔놓는다.
유홍준 교수의 교토 답사기는 한반도 도래인이 남긴 자취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교토 땅을 문명의 터전으로 일군 도래인의 노력과 뒤이은 당나라 문화 배우기(당풍·唐風), 헤이안시대 중엽(후지와라시대) 이래 스스로의 힘으로 문화를 일궈내려는 시도(국풍·國風) 등을 거치며 교토가 일본문화의 수도로 확고하게 자리잡는 과정을 교토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 소상히 알려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