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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와 기부문화

등록일 2014-05-15 02:01 게재일 2014-05-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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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가 쓴 책이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아직 번역판이 나오지 않은 한국에서도 기고나 칼럼을 통해 피케티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책이 `21세기 자본론(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다. 독일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Das Kapital)`을 연상시키고 있으며 실제 자본주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맥이 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득불평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가능하게 됐다는 극찬을 받는가 하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자본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을 웃돌기 때문에 자본주의 아래에선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일해서 버는 속도를 앞지르기 때문에 지금 세계는 상속 엘리트들이 물려받은 부에 의해 세상이 지배되는 `세습 자본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것을 완화하고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소득 상위 1%에 엄청난 소득세를 물리고, 매년 일정의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자본수익률이 그리 간단치 않으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을 잡는 데만 해도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하는데, 자본과 노동이 결합하는 현대의 생산물에서 자본수익률을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속성과 소득불평등 해소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득불평등 해소책의 강력한 수단은 세금이다. 하지만 적정의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레퍼가 입증하고 있다. 경제학의 `레퍼곡선`이 그것이다. 공급주의 경제학자 아더 레퍼에 의해 도출된 이론으로 국가가 세율을 높인다고 해도 국가의 조세수입이 항상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을 담은 곡선이다. 조세수입이 극대화되는 어떤 적정세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때 레이건정부가 구사했던 세금감면·자유무역·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등 공급위주의 경제학인 레이거노믹스의 기본이념도 레퍼로부터 출발했다. 오늘날 미국경제의 호황은 레이거노믹스 덕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레퍼는 높은 세율은 근로자의 근로동기와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제성장의 핵심장애 요소다.

근로자의 근로동기와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지 않을 자율적인 세금의 역할을 하는 수단은 없을까? 그것 중의 하나가 바로 기부와 성금이다. 스스로 사회에 환원되며 소득불평등 완화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자율적인 성금이나 기부가 자유시장경제체제하에서 제기되고 있는 분배문제에 어떤 순기능을 하는지는 명백해 진다. 문제는 강세성이 없으므로 활성화 여부에 달려 있다.

15년 전부터 독일에서는 사회적 성금과 기부 활성화를 목표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2년제 전문적인 직업학교인 `펀드레이징(Fundrasing) 아카데미`가 개설되기 시작했다. 펀드레이징과 관련된 시장과 조직이론 및 전략과 부기 그리고 관련법규 등을 공부한다. 현재 독일에 있는 복지, 환경, 인권, 교회, 동물보호단체 등 크고 작은 사회복지단체나 협회는 약 8만개로 집계되고 있다. 신학이나 심리학 등 인문사회학을 전공한 사람이면 전문 성금모금업자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성금이 주는 사회적 순기능을 피력하며 소신껏 설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또 `교회세`라는 세금이 있다. 신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주(州)정부가 거둬들여 교회에 준다. 교회는 이것으로 인건비와 신도들의 결혼(결혼을 주로 교회에서 하기 때문)이나 장례비에도 쓰지만, 장애인이나 갈 곳 없는 사람, 난민구호 그리고 각종 사회문화사업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세는 신자가 동(洞)에 가서 신자가 아니라고 신고만 하면 납세 의무는 자동면제 된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세는 성금과 기부성격을 띠는 것이기도 해 독일의 기부문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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