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북·러 경협 강화, 나진·하산 프로젝트, 포항

등록일 2014-05-12 02:01 게재일 2014-05-12 18면
스크랩버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푸틴, 조선(북한) 차관 100억 달러 탕감협약 비준서 서명`, `러시아-조선이 진 빚, 한국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철도선 건설용 대지 임차로 대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 `러시아·조선, 루블 결재방식 준비 착수`

`러시아의 소리`에서 인용한 북·러 경협 강화와 관련된 기사 제목들이다. 북·러 간의 차관 탕감협약 비준서에 따르면, 소비에트 시절 북한이 빌려간 전체 차관액 110억 달러 중 90%를 탕감하고 나머지 10%는 향후 20년간 40회에 걸쳐 러시아 대외은행계좌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탕감된 재정규모를 기반으로 향후 북한은 러시아 원조 하에 보건·교육·에너지 분야에 발전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차관해결방식으로 한국과 연결되는 가스관·철도선 건설에 필요한 대지 임차를 북한에 요구했다. 아울러 러시아와 북한은 양 국가 간 결재방식을 루블로 하고, 무역경제협력과 과학기술협력을 목표로 정기적인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이 신규차관과 러시아산 상품의 가격할인, 북한 수출품에 대한 심사기준 완화를 요청했다는 사실도 며칠 전에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물어보자. 러시아와 북한, 양국은 왜 이렇게 경제협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일까?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치적으로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대북 영향력 증대를 노린다. 경제적으로는 차관 탕감협약을 매개로 북한을 움직여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종국에는 푸틴의 러시아가 관세동맹과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통해 `구소련의 경제적 공간을 복원`하려는 열망만큼이나 시베리아·극동 개척을 통한 `아시아의 에너지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다.

한편 북한은 북핵문제로 소원해진 중국대신에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하려한다. 또 북한은 극동지역으로 노동력을 수출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물류협력도 강화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우리입장에서는 북한이 핵과 경제발전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해결해야 할 난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차관해결방식으로, 한국과 연결되는 가스관·철도선 건설에 필요한 대지 임차를 북한에 요구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스관 부설과 철도선 건설은 경제적 의미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관계정상화와 신뢰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가스관·철도선을 건설하는데 북한 주민들의 노동력을 활용하게 되면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일정 정도 해결해 줄 수가 있다. 이러한 민생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궁극적으로는 통일 기반조성이 되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 지역을 잇는 철도 54㎞를 개량·보수하고 나진항의 항만시설을 현대화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해 나가면서 북한에 민생인프라를 구축해 준다면, 동북아시아 평화정착에도 기여할 수가 있는 것이다.

포항의 경우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단계별로 진전돼 철도 인입로 건설 등 나진항 개발이 본격화되면, 하산과 훈춘 그리고 중국 동북3성의 물동량을 대량으로 유치해서 영일신항만의 활성화를 앞당길 수가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단추-나진·하산 프로젝트`의 핵심인 하산은 올해 2월24일 포항시와 우호교류조약을 체결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국영기업체 ㈜가즈프롬의 LNG 공장이 설립된 하산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블라디보스토크 라인(사할린가스전~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하산~북한내륙~속초) 가스관 건설이 현실화된다면, 이곳은 각종 산업인프라 구축작업이 더 탄력을 받게 돼 나진항과 함께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우뚝 설 것이다.

하산 자치군수는 포항시와 경제협력관계 강화 및 우호 증진을 위해 올해 4월10일에 다시 포항을 찾았다. 이때에도 포항시에 있는 기업체의 러시아 진출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됐다. 이번의 북·러 경협 강화, 북·러 밀월 분위기를 업고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진전이 가시화된다면, 양 도시간의 경제협력 논의가 구체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5월2일자로 새로 구성된 `포항시 국제협력민간협의회`에서도 포항시에 있는 기업체가 러시아 하산에 진출해서 각종 산업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강명수의 탁류세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