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몸에서 주는 신호를 무시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미 3년 전부터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치아건강과 잇몸상태가 많이 좋지 않으므로 서둘러 치료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상증세가 일시에 터진 때문이다. 적어도 10년 이상 치과에는 간 적이 없어 치아를 치료하는 과정이 그리 복잡한지도 몰랐다.
결국 정밀 검사를 거쳐 아예 치아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손상치아는 뽑고, 정상 치아들을 기둥으로 다리처럼 연결하는 브릿지라는 것을 설치하게 됐다. 그리고 과거 발치한 후 방치하였던 빈 공간에는 인공치아를 심기로 했다. 또한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과 더불어 병든 조직들이 잇몸에 많아 잇몸치료까지도 병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손상된 치아로 인한 고통 때문에 시작한 것이지만 치료가 진행되면서 여기저기 잠복해있었던 손상된 잇몸들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통증을 유발시켰기 때문이다. 최종 마무리는 앞으로도 2~3개월은 족히 소요될 것 같다. 그래도 치아들의 건강을 회복하는데 있어 병인의 제거(스케일링과 잇몸치료), 작동불능의 치아 제거(발치), 건강한 치아들과 연결하여 기능을 살리는 조치(브릿지), 아예 외부로부터 인공치아의 영입(임플란트) 등을 통해 치아건강을 완전 회복시키는 것이므로 비교적 짧은 시간인지도 모른다.
포항 경제를 치아에 비유하더라도 동일한 치료과정이 어쩌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지만 치석이나 잇몸의 병인이 가득한 부위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발치는 됐지만 아예 방치되고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치아의 치료과정에 앞서 X-ray나 MRI 등을 통해 정밀진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포항경제에 대해서도 주도면밀한 사전진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아예 불필요한 것인지, 시급히 치료해야할 것인지, 새로운 것을 심을 것인지 등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치료하는 도중에는 포항경제도 일정한 통증을 느끼거나 심지어는 몸살까지 앓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학에서는 단순한 발전, 성장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포항 경제가 앞으로도 건강한 상태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치료하는 것을 미루거나 통증을 무서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포항의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치료과정에서도 다음과 같은 부분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아예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발치하듯이 해야 한다. 일례로 도심 속의 질주본능을 가지고 있는 시내버스, 승용차들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넓은 도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불법주정차 관행은 뿌리 뽑아야 한다. 인구 50만명이 넘는 도시이자 글로벌 포항이라는 슬로건에 걸 맞는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과감한 단속과 적절한 교통감시카메라의 증설도 필요하다.
둘째,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기업, 연구소, 대학, 전통시장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자금이나 영업력이 부족한 이들 경제주체들을 브릿지로 연결시켜 동종간, 이업종간의 연대를 강화하여 융복합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당연히 KTX와 영일만항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수행할 인입철도, 자유무역지역 등 주요 인프라 건설도 조기에 완공해야 할 것이다.
셋째, 포항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 부족한 분야에는 과감하게 인공치아를 심는 것과 같은 사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일례로 국내외 인사들을 마음 놓고 초청할 수 있는 특급호텔과 같은 시설의 유치다. 호텔은 치아에 비유하면 잇몸도 되지만 어금니의 역할도 수행한다. 다양한 경제활동이 어금니인 호텔에서 고르게 씹혀 포항경제의 피와 살을 공급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항 경제에 사랑니와 같은 존재는 불필요하다. 앞으로 6월이 되면 새로운 시장이 취임할 것이다. 새로운 정책방향을 수립하고 시행함에 있어 불필요한 치석이나 잇몸의 병인을 제거해서 잇몸을 강화하는 정책은 적극 추진하되, 만에 하나 사랑니와 같이 겉으로만 멀쩡해 보이는 불필요한 사업이 진행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