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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2대 교주 최시형 재조명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4-05-02 02:01 게재일 2014-05-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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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 조중의 지음 영림카디널 펴냄, 328쪽

작가 조중의(54)씨가 해월 최시형을 조명한 장편역사소설 `망국`(영림카디널)을 출간했다.

소설은 동학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1871년 동학 교도들의 영해 동학혁명을 중심으로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을 재평가했다.

사실에 허구를 부분적으로 가미한 팩션(faction)이지만 등장인물 대부분은 모두 실존했던 인물이다.

녹두장군 전봉준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최시형의 사상가이자 조직가로서의 면모를 재조명했다.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갑오년(1894년) 동학농민혁명에서 최시형의 족적은 의외로 흐릿하게 남아 있다. 그는 개벽의 때를 찾아 고뇌하며 `만민의 나라` 조선의 부활을 꿈꿨던 인물이다.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인 동학을 다시 살려 천기를 불어넣었던 최시형이 혁명의 주변인물로 밀려나 있던 까닭은 무엇일까?

최시형은 동학을 창시한 스승 최제우의 돌연한 형사(刑死)로 황망한 기운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한 채 법통을 물려받았다. 최제우의 그늘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교세의 근간은 뿌리째 흔들리고, 심지어 교권을 탐내는 접주(接主)들까지 곳곳에서 발호해 동학 자체가 괴멸지경에 놓이게 된다. 최시형의 권위는 그야말로 바람 앞 등잔 불처럼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최시형에게 난국을 타개할 비책은 동학의 근본인 `시천주(侍天主)`, `사인여천(事人如天)`으로 꿋꿋이 가는 길뿐이었다. 그는 하늘님 아래 모든 사람이 평등한 나라를 만들자는 후천개벽론을 설파해 교세를 회복시켜 나갔다. 당시 대원군 치하 조선 조정의 탄압은 날로 거세져 최시형은 줄곧 도망자로 지내야 했다. 궁지로 몰리면 몰릴수록 최시형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조선팔도의 동학이 꿈틀꿈틀할 정도로 카리스마도 갖추게 됐다. 그러는 사이 대책 없이 쓰러져가는 조선 땅에서 수많은 민초들에게 최시형은 유토피아를 열어줄 등불 같은 존재로 재등장한다.

`망국`은 동학초기비사로 전해오는 1871년 동학교도들의 영해성 거사를 모티프로 삼아 최시형을 재평가한다. 1864년 4월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가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죄로 참형을 당한 후 도통을 이어받아 교주가 된 해월 최시형의 지위는 위태로웠다. 수운의 장남인 세정을 따르는 무리와 유림을 버리고 동학당에 들어온 사대부들은 무학자인 그를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조정의 수배를 피해 산간 오지를 숨어 다니다 겨우 영양 일월산에 거처를 정한 해월은 스승의 가르침을 전하며 흩어진 도인들을 모으고, 교주로서의 권위를 세우는데 절치부심한다.

몇 년 후 영해접주 박사헌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선동가 이길주는 스승인 최제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영해성을 도모하자는 제안을 해온다. 해월은 아직 때가 아니라며 수차례 거절하나 도인들의 성화를 견디지 못해 결국 거사를 허락하고 만다.

▲ 조중의 작가
▲ 조중의 작가
전국에서 집결한 도인들은 영해성을 공격해 부사 이정의 목을 베고 관아를 점거하는데 성공하지만 정예 관군이 출동한다는 소문이 돌며 하루 만에 철수를 결정한다. 영해성을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히자는 애초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끝나고 해월과 동학당은 도주를 시작한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도피 과정에서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져가는 도인들을 바라보며 해월은 처절한 반성과 각오를 다진다. 도인들의 희생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해월은 태백산 깊은 곳에서 동학당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교주로서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결의를 다져나간다.

조 작가는 “소설 `망국`은 절망의 어둠 속에서도 구원의 빛을 밝히려 했던 해월 최시형의 삶에 대한 문학적 복원이다. 그동안 시대의 논리에 밀려 역사의 이면으로 밀려나 있던 그를 다시 불러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조중의 작가는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새 사냥`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5년 동안 기자로 활동하면서 `신 택리지`, `동학 100주년, 발상지를 가다` 등을 연재했다. 장편소설 `농담의 세계`, 평전 `새로운 세상을 꿈꾼 해월 최시형`, 산문집 `사는 게 참 행복하다` 등을 펴냈다. 현재는 포항CBS 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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