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수도원의 경영철학과 경북 `21세기 인문가치 포럼`

등록일 2014-05-01 02:01 게재일 2014-05-01 18면
스크랩버튼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을 경영학 관점에서 분석한 외신기사들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국내 모 일간지 기사에는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1주년을 맞이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사례 연구에 들어가야 할 CEO”라고 보도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를 분석했다.

가톨릭이 기업은 아니지만 교황은 `주요 시장(유럽)`에서 `경쟁자(다른 종교)`에게 `고객(신자)`을 빼앗겨 위기에 빠졌던 `조직(바티칸)`을 되살려낸 경영자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프란치스코의 리더십의 핵심을 3가지로 압축했다.

첫째는 경영학적 분석을 위해 가톨릭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다국적기업`에 비유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로 가톨릭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등 핵심가치를 재정립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초 남미출신 교황, 최초 예수회 출신 교황, 호화 관저 대신 성직자 숙소 이용, 벨벳망토 대신 백색 신부복 착용 등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립했으며 셋째로 외부 컨설팅 회사에 바티칸 행정기구와 은행점검 의뢰 등 조직 분석을 통해 구조조정에 성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완전히 새로운 분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세 수도원의 경영철학 등은 오늘날 유럽의 많은 기업들에게 현대적인 가치로 승화시키며 그대로 이어져 오기 있기 때문이다.

중세 수도원은 우리나라의 두레처럼 제한된 범위의 동료끼리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인 경제 조직의 성격을 띠었다. 수도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자본가를 위해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피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이기적인 욕구를 공동체적 협력으로 승화시키며 생산성을 향상시켜 나갔다. 이로 인한 구두, 모직물, 포도주, 맥주 등 잉여생산물은 유랑 걸식하는 빈민층에게 배분됐고, 수도원은 자연스럽게 자선 단체나 빈민 구제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화폐가 등장함으로써 양상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잉여생산물인 농작물, 물고기 등은 화폐로 교환됐고 부를 축적하기 쉬워졌다. 나눔의 미덕은 사라지고 부가 쌓이는 재미에 따라 수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외도를 하기도 했다.

중세 중반의 수도원은 기업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기업과는 달리 종교적인 임무와 사회적 의무를 동시에 띠었다는 점이다. 베네딕트 수도원은 공동체의 규율을 정하고 엄격한 운영 방침에 따라 수도원을 운영했다. 나중에는 농업뿐만 아니라 상업과 제조업에도 관여했는데, 적자를 기록한 수도원에는 어김없이 퇴출 명령이 떨어졌다.

현재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지에서는 클로스터(Kloster·수도원)의 브랜드로 출시되는 세계시장에 공급되는 인기 있는 맥주들이 많다. `맥주 품질에만 신경을 쓸 뿐 다른 경영비법은 없다`라고 말하는 수도사들이 많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경영 슬로건이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그 이상의 경영비법은 없지 싶다.

세계로 뻗어가는 유럽 수도원의 철학을 생각하면서 경북도와 안동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국정신문화의 세계화 프로젝트의 의미가 되새겨진다.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 7월에 개최될 예정인 `21세기 인문가치 포럼`이다.

경제, 경영이 아닌 인물과 윤리, 돈보다는 사람, 이(利)보다는 의(義), 양극화보다는 대통합, 포용의 인간중심, 사람됨을 강조하는 포럼이다.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은 경제, 경영 분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인문가치, 유교·선비 정신을 바탕으로 인문가치 융성, 문화융성을 세계적으로 이끌어간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행사가 된 스위스 다보스 포럼처럼 그 규모를 키워 갈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아시아의 유교적 가치가 지구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제안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김부환의 세상읽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