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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코리아

등록일 2014-04-29 02:01 게재일 2014-04-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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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냥 마음만 답답한 나날이다.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주범이 언론이라 지난주부터 언론을 끊어 버렸다. 정치는 훨씬 더 오래전에 끊었다. 혹 정부, 국회, 언론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필자가 생각하는 공통점은 바로 `뒷북치기`다.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개정,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 `수난구호법`, `해사 안전법`, `항로 표지법` 개정안 등 국회가 갑작스럽게 바빠진 것도 뒷북치기의 전형이며, 정치인들의 나팔수인 언론들이 이들을 헤드라인으로 떠들어대는 것 또한 뒷북 때리기의 필수 코스다.

아직 많은 이들이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 있는데, 정치판과 언론들은 벌써 다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퇴 한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새치(새정치연합의 줄임말)의 안·김 공동 대표는 무책임한 사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드라마도 이런 막장 드라마는 없다. 총리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 가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책임진다는 건지, 사퇴하면 그 귀한 목숨들이 다시 살아올 수 있는지, 왜 책임은 총리만 져야 하는지, 왜 사과는 대통령만 해야 하는지, 이 나라 정치인은 여당뿐인지, 국가 재난 시기에 야당 정치인들은 다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세상을 더 시끄럽게 만드는지, 자신들은 책임 질 일이 없는지, 왜 자신들은 사과를 안 하는지…. 구조가 한창인 지금 뒷북 언론과 뒷북 정치인들은 또 뒷북 때리기에 바쁘다.

뒷북은 교육계도 마찬가지다. 요즘 교육계의 화두는 `안전`이다. 안전이 갑자기 교육계의 최우선 과제가 돼 버렸다. 그 일환으로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그리고 체험학습을 가기 전에는 반드시 실제와 똑같은 경로로 사전답사를 두 번은 다녀오라는 지침까지 내려 왔다. 여기서 필자는 또 한 번 답답함을 느낀다. 취소하거나 연기한다고 해서, 사전답사를 두 번 다녀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지.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왜 임시 처방하기에만 급급한지.

뒷북 정치, 뒷북 언론, 뒷북 종교계에 정말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실종자 수가 0이 될 때까지 만이라도 제발 조용하고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가슴으로 듣자고. 아직도 애타게 구조를 기다라고 있을 우리 아이들의 간절한 소리를 제발 좀 듣자고. 그리고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 있다면 다 구한 다음에 제대로 하자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두의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라고.

전국이 노란 물결이다. 언제, 누가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뜻의 노란 리본을 전 국민이 달고 있다. 필자는 믿는다, 노란 리본에 전해지는 전 국민의 간절함이 실종자들에게도 꼭 전해질 것이라는 것을. 세상 모든 일에는 반전이 있듯 분명 이번에도 반전이 있을 것이다. 반전이 일어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

불교 경전을 보면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교훈이 있다. 말 그대로 재물 없이도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베풂으로 화안시(和顔施-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을 남을 대하는 것), 언시(言施-사랑의 말, 칭찬의 말, 격려의 말 등 좋은 말을 하는 것), 심시(心施-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것), 안시(眼施-따뜻한 눈으로 상대방을 보는 것), 신시(身施-남의 무거운 짐을 들어 주거나 돕는 것), 좌시(座施-때와 장소에 맞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 찰시(察施-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먼저 돕는 것)가 무재칠시(無財七施)이다.

우리 곁엔 희망마저 고문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의 상처 난 마음을 우리는 외면해서는 안된다. 더더군다나 그들의 상처 난 마음을 더 다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래서 뒷북 코리아에 제안한다. 오늘부터라도 무재칠시를 하루에 하나씩 실천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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