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포항서 부르는 `사랑의 노래`

등록일 2014-04-21 02:01 게재일 2014-04-21 18면
스크랩버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연극은 내 인생의 전부다. 연극하는 과정이 곧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었다. 무대에서 늘 다시 태어나고 싶고, 운명 밖으로 길을 내고 싶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위기 때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올렸던 작품이 `결혼신청(원제 청혼)`, `사랑의 노래(원제 곰)` 등 체호프 단막극입니다!”

첫 번째 인용문은 필자가 김삼일 연출가에게 “선생님에게 연극은 대체 무엇입니까?”라고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연극하는 과정이 곧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란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내가 추구하고 있는 앎의 세계가 나의 삶의 세계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하게끔 이끈다.

두 번째 인용문은 “체호프 단막극을 계속 올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던진 질문에 대한 김 연출가의 답변이다. “체호프 단막극이 소극장 무대에 올리기에 안성맞춤이라서 그렇다”라는 답변을 예상했었는데, 빗나갔다. 체호프를 사랑하는 필자로서는 지난 19일 김삼일 자유소극장에서 `사랑의 노래` 첫 공연을 관람한 것, 그 사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사랑의 노래`는 스미르노프가 포포바에게 돈을 받으러 갔다가 일어난 해프닝을 다룬 단막극이다. 체호프는 이 작품에서 19세기말 러시아 지주들의 일상사를 드러내는 한 편으로,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소통과 이해를 바라는 존재들`을 탐구하기를 좋아했던 체호프는 일상적 삶의 한 국면과 상황을 묘사하면서, 인간이 가진 `양가적 감정`을 끄집어낸다. 달리 말하면 `단순함에 깃든 복잡성`으로 `인간의 본질`을 응시한다. 천생 예술가였던 체호프는 평범한 일상에 침윤된 희극적 요소, 정서적 요소, 심리적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서 독특한 `체호프식의 극`을 완성하면서 20세기 세계연극사를 다시 썼다. 김삼일 연출가는 이러한 `체호프식의 극`을 우리 상황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숨소리까지 들리는 소극장에서 조연배우로도 나선 김삼일의 감칠맛 나는 대사와 중저음의 매력적 목소리는 주연배우들의 신선한 연기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포항 시민 모두가 이 `아름다운 조화`를 함께 맛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통해 `시민이 체감하는 문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아울러 각 지자체마다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 운영합리화 및 예술단체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강구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6월4일 선출될 포항시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포항 시립극단은 객원연출가 체제와 상임연출가 체제 중에서 어떤 걸 선택하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론을 수렴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겠지만 필자가 만난 연극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상임연출가 체제로 가야합니다. 상임연출가가 책임감을 가지고 단원들을 훈련시키고, 공연 일수를 늘려 유료관객을 확충해나가야 합니다. `찾아가는 연극`을 포함해 120일가량 유료공연을 해서 극장 가동률도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 문화가 되살아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단체제와 경영에 대한 심층진단이 우선 되어야 하겠지요. 시립예술단도 예외일 순 없지요!”

필자는 한 문화계 인사와 `포항문화재단 설립`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눴다. 그는 포항시가 포항문화재단을 설립해서 문화·예술 공연 기획자를 양성하고, 젊은 예술가를 육성하고, 문화·예술 인터사원을 뽑아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극장이 살아나야 지역문화·예술도 활기를 찾는 만큼 `소극장 활성화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문화재단의 경우 지역에서 활동할 전문예술기획자를 양성하고, 예술경영컨설팅과 문화·예술 담론 형성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사업공모도 한다.

6월4일 선출될 포항 시장은 `포항문화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해서 `소극장 살리기 운동` 등을 통해 `문화·예술 융성 시대`, `시민이 체감하는 문화의 시대`를 앞당기며 국제교류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포항에서 필자가 번역한 `갈매기`, `벚나무 동산`, `홀스토메르`가 무대에 올라가는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강명수의 탁류세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