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임` 성인규, 이상곤 지음 황금가지 펴냄, 440쪽
조선 최고의 침의(鍼醫·침술로 병을 다스리는 의원) 허임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소설 `허임`(전 3권)이 출간됐다.
`낮은 한의학`의 저자인 이상곤 한의학 박사와 100여 편의 소설을 집필한 성인규 작가의 공동 저작으로, 4년 동안의 기획을 거쳐 탄생한 역사소설이다.
관노 출신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광해군과 선조에게 침을 놓았던 전설적인 침술가 허임(1570~1647·추정)의 일대기가 장편소설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의보감`의 저자이자 당대 명의였던 허준과 동시대를 살았던 허임은 선조와 광해군, 인조 때까지 침의로 활동했다. 말년에는 `침구경험방`을 저술해 중국과 일본의 침술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서출이나 양반가이던 허준과 달리 허임은 노비의 아들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지녔으나 침 하나로 어의에 당상관까지 올랐다.
책은 노비의 아들이라는 신분적 취약점을 딛고 끊임없는 견제와 모함을 받았음에도 어의에 이르는 허임의 일대기를 대하 역사소설로 풀어나간다. 성인규 작가가 풀어나가는 17세기 혼란스러웠던 조선중기의 사회상과 전개, 그리고 현직 한의사인 이상곤 원장의 치밀한 의학적 고증은 책의 재미를 더한다.
당파 싸움으로 얼룩진 권력자들과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임금, 공이 있는 자들을 역적으로 몰아세워 죽이거나, 전란 중에 사사로운 이득을 탐내 아군을 사지로 몰아넣는 자 등 역사적인 기록을 토대로 해 책에 담아냈다. 또한 전란 와중에 시작된 선조와 광해군 사이에 보위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과 선조의 미스터리한 죽음과 당대 명의였던 허준과 허임의 경쟁 등도 다루고 있다.
장악원 악공이었던 허억봉은 자신의 말실수로 인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이고, 야반도주하여 숨어 지낸다. 그의 아들 허임은 술만 마시고 가정은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한다. 아버지 대신 돈을 벌던 어머니가 쓰러지자, 사방팔방 용한 의원을 찾아 헤매이지만 천한 신분과 가난 때문에 그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 않으려 한다. 그러던 중 약재를 찾으러 간 노비촌에서 우연히 마소를 돌보던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침구술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