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새 우는 봄,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는 산책객들이 늘었다. 거의 가정집의 왕자나 공주 대접을 받는 애완견들은 꼬까옷에 머리리본이 기본이다. 전용주택은 물론 사람도 먹기 힘든 최고급 육식 메뉴로 식사가 준비된다.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개 이야기를 하다 떠오른 얘기부터 해보자.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카레닌이라는 이름의 개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카레닌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에 즐거워했다.”보통 개들은 잘 때 죽은 듯이 잔다. 눈을 뜨면 해가 떠 있는 사실에 놀란다. 밥을 먹을 때는 “세상에! 나에게 밥이 있다니!”하고 먹는다. 산책을 나가면 온 세상을 처음 본 듯 뛰어다닌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우와, 해가 떠 있어!”하고 다시 놀란다. 매 순간 집중하면서 산다. 이런 맥락에서 `개처럼 살자`는 건 결코 욕이 아니다. 오히려 이 순간의 보배로움을 알라는 금언이다. 카르페 디엠이다.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있지.” “어떻게 하시는데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까? 도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먹고 이런저런 잡 생각을 하고 있고, 잠 잘 때 잠은 안자고 이런저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동서양을 관통해 내려오는 삶의 지혜 가운데 `카르페 디엠`은 수많은 일화와 에피소드를 담고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서 즐기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진실이기도 하다.
또 하나 온전히 현재에 집중해야 할 이유는 어떤 다른 사람의 삶도 결코 내 삶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후회없는 삶이 어디 있으며, 가보지 않은 길을 부러워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길을 걸어갔다 해도 내 삶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있고, 그것이 내 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6·4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아쉽게 바라보는 대목이 있다. 바로 경북도지사에 도전한 박승호 전 포항시장에 대한 얘기다.
재선 포항시장으로서 인지도나 지지도에서 가장 앞서는 박 전 시장이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은 지방정가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50대 후반의 박 전 시장이 정치적 미래가 없는 3선 포항시장보다 광역자치단체장인 경북도지사에 도전하는 것이 2년뒤 총선도 함께 바라볼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있었다. 형편에 따라서는 김관용 현 도지사가 당선될 경우에도 3선 임기후 한번 더 경북도지사에 도전할 수 있다.
문제는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권오을 후보와 함께 네거티브 선거전에 올인하면서부터다. 박 전 시장은 권 후보와 함께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아들 병역비리의혹, 논문표절의혹, 측근 비리에 대한 진상규명 후 경선실시를 주장하며, 경선을 보이콧하고 있다. 두 차례 예정된 TV토론회에도 불참해 토론회를 무산시켰고, 경선 기호추첨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경북도당 공천위가 경선강행 여부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중앙당 공천위에 맡겼지만 새누리당으로서는 볼썽사납게 됐다.
특히 선거에 최선을 다해 페어플레이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지역민에게 박 전 시장의 선택은 아쉽기만 하다. 왜 공개된 TV토론과 연설회에 나가 당당하게 문제점을 제기하고, 당원과 국민의 심판에 승부를 걸지 않았을까. 선거열기에 몸이 단 박 전 시장에게는 `카르페 디엠`,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