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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시대, 농업이 가진 치유기능에 주목하자

등록일 2014-04-07 02:01 게재일 2014-04-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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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수 대구한의대 교수

최근 유럽의 네델란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매우 재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산림치유(산림테라피)를 육성하고 있으나 유럽에서는 이미 50여년 전부터 농업을 활용한 치유를 전문으로하는 치유농장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치유농업에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면 농업분야의 선진국에서는 치유농업, 사회적 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의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는데 필자가 만난 와게넹겐대학교 치유농업센터 얀신크 교수의 말에 따르면 본질적으로는 `치유를 제공하기 위한 농업의 활용`이라 정의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업·농촌 자원이나 이와 관련된 활동을 이용하여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사회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원 또는 활동 등의 범주는 비단 경종, 채소 작물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산림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다.

농업치유의 목적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의료적·사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으로 일반 농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의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한 인류가 치유의 목적으로 농업을 이용하기 시작한 역사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 되었으며 1950~60년대 들어서 농장을 이용한 치료활동은 장애인의 사회복귀, 작업요법의 활용 등으로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에서 이슈로 떠오른 치유농업은 국가마다 용어와 집중하는 분야, 추진 주체가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건강농업, 치유농업, 녹색 치유농업, 사회농업 등 불리는 이름은 여러 가지였고, 집중 분야도 달라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은 치유농업이 발달한 반면, 영국은 원예치료, 독일과 핀란드는 동물매개치료가 발달하고 있다. 현재 유럽 전역에 6천여개 이상의 치유농장이 있으며,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노르웨이, 벨기에, 오스트리아, 독일 순으로 발달하고 있고,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치유농장이 많으며, 독일과 아일랜드는 기관 중심의 형태가 많은 편이다.

필자가 방문한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농업 분야의 민간에서 시작된 치유농업이 국가 지원으로 더욱 발전하여 농촌 혁신과 사회 치유의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치유농장이 농가 소득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네델란드 연방정부가 2001년 농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국가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전문화된 개인 중심의 치유농장이 75개(1998)에서 1천100개 이상(2011)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치유농장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면서 농장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중단되었지만, 대신에 농장 이용비용을 정부가 대신 지불하는 형태로 전환되어 운영되고 있다. 치유농장에서 치유, 돌봄, 건강 증진이 모두 이뤄지며, 소득은 농업 생산과 치유 활동 모두에서 얻어지는 형태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치유 또는 힐링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힐링과 관련된 산업이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힐링이나 치유가 쓰이는 정도로 광풍처럼 불고 있다.

유럽의 치유농업은 성장상황을 정리하면 첫째, 중앙정부차원에서 치유농업을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네델란드의 경우에도 농림부와 보건복지부가 협력하여 치유농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치유농업에 시설에는 농림부 자금을 치유활동에는 의료보험을 적용하면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둘째, 활동이 어느 정도 활발해진 이후 민간중심으로 전환하고 시설부분의 보조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셋째, 민간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른 치유비용만을 지급하게 되었다.

네델란드의 치유농업 발달에 결정적인 원인은 보건·복지에 대한 지출이 증가하면서 농업치유가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되게 되었다. 또한 네델란드 농가의 농외수입 증대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비용의 증가와 농업·농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농업치유와 치유농장의 도입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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